
롯데 김강현이 11일 수원구장에서 승리 기념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육성선수→포수서 투수 전향
KT전 감격의 데뷔 첫 승
어느덧 프로생활 11년차
“마운드에서 궂은 일?
내 자리도 필요한 자리”
롯데 투수 김강현(30)은 지난 10일 수원 KT전을 마치고 마무리 김원중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았다.
이날 김강현은 선발 나균안이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자 이어 등판했다. 4-5로 뒤진 4회 등판해 1.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롯데 타선은 5회 대거 4득점해 역전했고 8-5로 승리했다. 김강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김원중이 건넨 공은 ‘첫승 기념구’였다.
김강현은 2015년 육성 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당시에는 포수였던 김강현은 자리잡지 못하고 3년만에 방출됐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김강현은 2020년 다시 롯데의 문을 두드려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김호준이었던 이름을 김강현으로 바꿨다. 2군에서 주전 포수로 뛰었지만 1군에서 기회를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2년, 투수로 전향했다.
2023년 처음으로 1군에 가 2경기를 던진 김강현은 2024년에는 26경기에서 25.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3.5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는 더 많은 기회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12일 현재 20경기에서 23.2이닝 11실점(8자책) 평균자책 3.04를 기록 중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11일 김강현에 대해 “선발이 무너지면 중간에서 긴 이닝을 계속 던져줬다. 잘 던져줬기 때문에 팀도 점수를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중간에 나가서 점수를 빼앗기면 경기를 못 이긴다”라며 칭찬했다.
김강현은 “어제(10일) 던지고 내려왔는데 김원중 형이 ‘내가 던지고 공 챙겨줄게’라고 했다. 그렇게 승리구를 챙겨줄 줄 몰랐다”라며 쑥스러워했다.
긴 시간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달성한 승리였다. 김강현은 “이제 프로 데뷔 후 11년차다. 첫 승을 올려서 정말 좋다”라며 “중간 투수가 승리하기에는 운이 따라줘야하지 않나. 타격에서도 점수 많이 나고, 뒤에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김강현은 “한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비시즌 때 운동을 많이 했다”라며 “지난해 은근히 볼넷이 많았는데 줄여보려고 집중하고 있다. 감독님이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만은 집중을 한다. 김강현은 “점수 차가 좀 나는 상황에 주로 등판하다보니 그냥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이켜봤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라는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 내 자리도 팀에게 필요한 자리다. 나는 지금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한다”고 답했다.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준비도 철저히한다. 김강현은 “경기 초반에 나갈 수도 있고, 길게 던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둔다”라며 “후배, 선배 상관없이 모든 투수에게 루틴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변화구도 내가 던지든 안 던지든 상관없이 어떤 느낌인지, 그립을 어떻게 잡는지도 다 물어보고 다닌다”고 준비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대로 1군에서 자리를 지킨다면 탐나는 기록은 홀드다. 그는 “내가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50이닝은 넘게 던지고 싶다”라며 “홀드도 10개 정도는 기록해보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