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기가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수비 도중 충돌해 괴로워하고 있다. TIVING 중계화면 캡처
LG는 지난 13일 키움과의 경기 승리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길었던 타격 침체기가 끝나며 팀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경기 후 LG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멀티 홈런을 친 오스틴 딘도, 긴 승부를 지켜본 팬들도 웃지 못했다. 간판 1번 타자 홍창기가 무릎을 다쳐 구급차에 실려 갔기 때문이다. 홍창기는 왼쪽 정강이뼈 골절상을 입었다. 최소 1주일 이상의 이탈이 예상된다.
LG의 물오른 타격감을 증명하는 듯한 경기였다. 주루 중 충돌 후유증으로 4경기를 쉬고 돌아온 오스틴이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LG의 첫 득점을 뽑아낸 오스틴은 7회 결승 홈런까지 치며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동원은 10호 홈런을 신고하며 두 자릿수 홈런에 안착했다.
무엇보다 홍창기의 활약이 고무적이었다. 4월까지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2할대 타율에 머물렀던 홍창기는 5월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5월 10경기 중 1경기(4일 SSG전)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5월 타율은 0.368까지 치솟았다. 5월 1주 차 타율은 0.421로 리그에서 3번째로 높다.
홍창기는 13일 키움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4회 2점 홈런으로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린 데 이어 8회에도 적시타를 쳐 타점을 생산했다. 난타전이 펼쳐졌던 경기에서 LG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듯했다.
사고는 9회 발생했다. 2사 만루,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LG가 그대로 이기지만 한 명이라도 출루하면 점수를 다시 따라 잡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 잡은 승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LG 야수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LG 홍창기. 연합뉴스
박주홍의 타구가 오른쪽 파울 지역 펜스 쪽으로 높게 떴다. 우익수 홍창기와 1루수 김민수가 동시에 달렸다. 두 선수의 콜플레이가 엇나갔다. 김민수가 미끄러져 쓰러지며 홍창기의 무릎을 쳤다. 홍창기는 쓰러진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라운드로 구급차가 들어왔다. 홍창기는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LG 구단은 14일 홍창기기가 왼쪽 무릎 바깥쪽 정강이뼈 관절 부분에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수술 계획은 없다. 검진 결과 미세 골절 외에 다른 증상은 없으나 관절 안쪽 붓기로 인해 1주일 후 재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재활 기간은 재검진 이후에 알 수 있다.
홍창기의 부상은 LG에 큰 악재다. 염경엽 LG 감독은 13일 경기 전 “홍창기와 문성주가 잘 쳐야 게임이 되는데 최근 두 선수가 조금 살아나고 있어서 숨통이 트인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한 경기 만에 다시 시름에 빠졌다.
신민재까지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인해 잔류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홍창기의 이탈은 치명적이다. 이제야 ‘홍창기-문성주-오스틴-문보경’으로 이어지는 정석 타순을 되찾은 LG는 또다시 대체 리드오프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