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4일 애리조나전에서 8회말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홈을 밟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문화유산의 밤’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날린 드라마같은 홈런이었지만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는 덤덤했다. 홈런의 의미보다는 자신을 뜨겁게 응원해준 팬클럽에 대한 감사를 마음속 깊이 표현할 뿐이었다.
이정후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와 홈경기에서 시즌 5호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샌프란시스코가 7-4로 앞선 8회말, 1사 후 1번 타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추가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2번 타자 맷 채프먼이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되자 애리조나 벤치는 3번 타자 엘리엇 라모스와 대결하는 대신 4번 타자 이정후와 상대하는 걸 택했다.
라모스의 최근 타격감이 워낙 좋은 데다가 왼손 투수 조 맨티플라이가 우타자 라모스보다는 좌타자 이정후와 상대하기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4일 애리조나전에서 8회초 스리런 홈런을 치고 들어온 뒤 동료와 팔을 부딪히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담담하게 타석에 선 이정후는 애리조나의 판단이 틀렸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2로 불리했지만, 몸쪽 낮은 커브를 그대로 잡아당겨 빨랫줄 같은 라이너 타구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올시즌 좌투수 상대로 타율 0.318에 OPS(출루율+장타율) 0.879로 높았던 기록을 그대로 입증했다.
10-4로 점수를 벌리는 시즌 5호 쐐기 홈런이자, 올 시즌 안방인 오라클파크에서 터트린 첫 홈런.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좌투수 상대 강점을 간과한 선택이었고,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한국 문화유산의 날) 행사에 모인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고 평했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홈런 영상을 SNS로 소개하며 “이정후가 파워, 파워, 파워를 보였다.(He’s got the POW̶ER, the POW̶ER, POW̶ER!) 오라클파크의 한국문화 유산의 밤에 홈런을 날렸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날을 한국 문화유산의 날로 정해 한국 문화와 동포 사회를 조명하고 이정후의 한글 이름이 박힌 유니폼 상의를 제작했다. 또 이정후를 응원하는 팬클럽 ‘후리건스’가 모여 불꽃 가발과 단체 응원복을 입고 열렬히 응원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팬 ‘후리건스’가 14일 애리조나전에서 이정후를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로서는 뜻깊은 홈경기에서 4번 타자의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채프먼이 아웃됐을 때 상대가 라모스 대신 나와 대결할 줄 알았다”면서 “그저 한 점이라도 보탤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큰 점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이정후는 이어 ‘후리건스’의 응원에 대해 “오늘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3회초에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렸던 이정후는 이날 5타수2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뜻깊은 날에 멀티히트를 날리며 분위기를 전환한 이정후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애리조나와 홈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