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피폭에 비정상 콜라겐 과도 증식 ‘섬유화’ … 약물, 물리요법에 전기자극치료

요즘 의료기술이 발전해 가급적이면 메스를 대지 않고 방사선과 항암제만으로 암을 치료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중 항암 방사선치료는 고에너지빔을 암 부위에 국소적으로 조사해 암세포를 사멸한다. 암세포만을 정밀 조준하기 위해 3차원 입체조영, 세기조절 방식, 체부정위 방식,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국소근접 치료 등의 최신기술이 동원된다. 과거의 무차별적인 방사선치료에 비해 효율과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반복적인 방사선치료로 인해 피치 못할 부작용을 겪는 데 그 중 하나가 방사선섬유화증후군(Radiation Fibrosis Syndrome, RFS)다. 모든 고형암의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피부, 결합조직(연조직), 근육, 혈관, 림프관 등이 집중된 조직이나 장기에 생긴 암에서 더욱 호발한다. 예컨대 피부암, 유방암, 폐암, 식도암, 위암, 방광암, 갑상선암, 두경부암(설암, 후두암 등) 등의 치료 과정에서 RFS가 생기기 쉽다.
45세 여성 Y씨는 2019년에 왼쪽 가슴이 유방암으로 진단돼 절제술을 받았다. 그러나 오른쪽 가슴에도 유방암 의심 병변이 남아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양쪽 유방 모두 유방암의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RFS라는 후유증이 남았다. 유방의 피부와 연조직이 거칠고 두꺼워졌다. 방사선을 더 많이 조사한 오른쪽 가슴이 작아지고 왼쪽 가슴보다 더 높은 것에 위치한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어깨의 운동 범위가 감소하고 양쪽 팔에는 림프부종이 생겨 팔의 부기로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고 팔 움직임이 무기력하다.
RFS는 정상 조직이 방사선에 피폭돼 미성숙하고 무질서한 구성물질(matrix) 및 콜라겐으로 대체됨으로써 전반적인 수축과 기능 저하가 일어나면서 경화되는 질환이다. 방사선으로 조직이 타버린 것으로서 염증반응과 함께 섬유화반응(근육위축, 근육뭉침, 즉 taut band 형성)이 동시에 진행된다. 연조직, 신경조직이 먼저 손상되고 나중에는 근골격계까지 피해를 입으며 심폐조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사선요법을 반복적으로 받다보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더라도 전체 치료 경험자의 5~5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피부로만 국한하면 홍반, 각질탈락(낙설), 색소침착, 열감, 수포, 미란, 통증, 염증과 궤양의 반복, 탈모, 모세혈관의 확장 또는 위축 등이 나타나는 방사선피부염(Radiodermatitis)이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방사선섬유화증후군은 원칙적으로 한번 발생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성을 띤다. 소규모 임상에서 펜톡시필린(pentoxifylline) 및 비타민E 병용요법,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제(tocotrienol), 폐에 생긴 RFS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심바스타틴(simvastatin, 고지혈증약)이나 에날라프필(enalapril, 고혈압약), 방사선 피부섬유증(skin fibrosis)에 효과적이라는 이매티닙(imatinib, 항암제) 등을 투여해 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만 대규모 임상에서 효과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RFS는 방사선치료 후 후기 합병증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예방적 치료와 재활치료로 호전시킬 수 있지만 늦게 발견하면 평생 후유증이 남는 심각한 장애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RFS의 국내 유병률은 아직 높지 않지만 조기에 발견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요즘엔 한 달에 한 명꼴로 RFS 환자가 찾아오고, 특히 두경부암으로 목을 제대로 못 가누는 환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RFS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스트레칭, 운동요법, 마사지, 대증적 약물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특히 물리치료와 마사지가 중시된다. 유방암 환자라면 매일 유방 마사지를 해서 흉터 조직이 분해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해당 부위를 충분히 보습하면 피부 두꺼워짐이나 변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대증적 약물치료로는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로 염증과 통증을 관리한다. 필요하면 벤조디아제핀 및 바클로펜과 같은 근육이완제를 함께 투여한다. 신경병성 통증이 있으면 프레가발린과 같은 경구 신경안정화제, 근육 경직에는 국소마취제나 보툴리눔톡신 주사제, 극심한 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를 쓴다. 아울러 고압산소요법이나 레이저요법 등 실험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심 원장은 “재활치료는 근골격계가 굳지 않도록, 근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기존 신체 기능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최신 전기자극요법 중 하나인 ‘엘큐어리젠요법’은 근육세포 재생, 근육뭉침 해소(taut band 늘려줌), 방사선 피부착색 완화 등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엘큐어리젠요법은 고전압과 낮은 전류의 세기를 가진 특수한 형태의 전기에너지가 음전하를 집중적으로 방출 또는 충전시키는데, 방사선에 노출돼 섬유화된 조직이 음전하에 의해 이온분해됨으로써 경직된 조직이 풀어지고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 원장은 “그동안의 임상 결과 엘큐어리젠요법은 RFS에서 근육과 신경을 재생해 경직과 통증, 염증, 피부궤양 등을 개선해주는 것으로 관찰됐다”며 “장기간 시행해도 인체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주 한두 차례, 한번에 20~40분씩,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치료해야 근육의 재생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큐어리젠요법의 음전하 방출 효과를 가정에서도 얻기 위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MV75 전기파스’가 유용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