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음바페, 야말, 벨링엄이 나올 수 있다. 전현직 프로 감독 20여명 제안한 비결

입력 : 2025.05.16 08:34
양민혁 윤도영

양민혁 윤도영

킬리안 음바페, 주드 벨링엄(이상 레알 마드리드),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은 지금 세계축구를 이끄는 슈퍼 스타들이다. 공통점은 좋은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하면서 어릴 때부터 기술과 창의성을 익혔고 프로데뷔도 무척 빨랐다는 점이다. 음바페, 벨링엄은 16세 프로 데뷔했고 홀란, 야말은 15세 때 프로무대를 밟았다.

한국에서도 음바페, 벨링엄, 홀란, 라말이 나올 수는 없을까.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같은 선수를 10대 초중반에 유럽으로 꼭 보내야만 할까.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젊은 선수를 한국에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포츠경향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한국 현·전직 프로팀 감독들을 대상으로 ‘20세 한국 선수들,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설문을 진행했다. 모두 9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핵심 의견들을 정리한다.

인터뷰에 응한 감독(22명) : 김학범 김판곤 안익수 고정운 홍명보 김현석 박태하 신태용 조성환 노상래 송경섭 김기동 전경준 김은중 변성환 이영민 정경호 김도균 김태완 이관우 배성재 박창현(무순)

월드클래스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감독들 이미지.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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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무조건 기술 중심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유럽에서 원하는 한국 선수들 역량은 무엇일까. 체격, 스피드보다는 기술과 영리함이다. 지금 유럽축구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모두 테크니션들이다. 체구가 큰 선수는 유럽에, 운동능력이 탁월한 선수는 아프리카에 널렸다. 한국, 일본 선수는 기술과 영리함을 갖춰야 유럽 오퍼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은 단순한 기능이 아닌 축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언어로 교육해야 한다. 현대 축구 흐름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술적 지성도 함께 배양해야 한다. 포지션과 신체, 장단점 등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켜야 한다. 일본 연령대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기본기술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스 리그처럼 출전 보장 대신 개인 성장 보고서를 작성해 선수별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스페인도 기술 숙련도와 전술 응용, 경기 중 판단력 등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핵심 역량과 관련된 요소 중심으로 선수를 평가한다.

■“성적에서 탈피한 페스티벌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 강요나 지시만으로 플레이하면 경기중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성인 선수 및 프로무대에서 뒤질 수 있다. 성장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한국 학원, 클럽 축구는 조직력 극대화에 중점을 둔다. “조직력 훈련을 중심으로 하면 비기거나 버틸 수는 있어도 이기는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맞다. 개인기 또한 17세 전후면 완성된다. 이후에는 조직력만 높일 수 있을 뿐 개인기 향상은 어렵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청소년 시절에는 세계 8강권에 들지만, 성인이 될수록 세계무대와 격차가 더 난다. 개인기를 익혀야 하는 시기에 조직력만 배운 결과다. 중학교까지는 성적보다는 훈련과 배움, 성장에 초점을 준 페스티벌 형식 대회가 많이 생겨야 한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금토일 3일 동안 일정으로 만들면 된다.

■“나이별, 학년별 단절 없는 출전 경험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진학할 때마다 학년 벽에 가로막힌다. 진학을 앞두고 있는 3학년이 우선 출전하다보니 1~2학년은 그만큼 경기를 뛰지 못한다. 중등 1·2학년, 고등 1·2학년 경기 경험이 우리가 외국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다. 이 연령대는 체계적인 훈련과 풍부한 경기 경험이 중요하다. 일정 연령까지 이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두 살 또는 한 살 터울로 세분화한 기준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 공식 대회와 비공식 대회를 혼합 운영한다면 실전 경험을 더 쌓을 수 있다. 고등학교부터는 특성화 고교처럼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기 해외 진출, 환영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손흥민, 이강인은 10대 초중반 유럽으로 나갔다. 물론 지금 모두 성공했지만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치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가면서 인종차별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고 성공한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더 많다. 조기 해외 진출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 기술적·신체적 성장이 충분히 이뤄진 후, 국내에서 검증받은 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도 해외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적잖다. 더 높은 수준 축구에서 어린 나이에도 겨루고 싶다는 선수들의 강한 욕구가 가장 중요하다.

■“10대 프로 데뷔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최고 선수들은 대부분 10대 중후반 프로에 데뷔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10대 중후반 프로 데뷔가 쉽지 않다. 고등학교 선수들을 프로로 바로 올리는 데 여러 가지 제도적, 현실적 문제점과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과 시야부터 성인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현대 트렌드 및 구단이 요구하는 시스템과 게임 모델안에서 체계화되고 특화된 기술 훈련이 필요하다. 선수가 되고 싶다면 빨리 프로로 가는 게 좋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내리막이다. 유럽보다 우리 선수들의 성장 발육이 2~3세 늦다. 그래도 10대에 프로로 가야 한다. 현재 U-22 출전 규정을 통해 모든 팀이 22세 이하 선수들의 스카우팅이 많아진 건 긍정적이다. 다만 U-22 출전규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프로에서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 이동국이나 오현규는 그런 룰이 없어도 실력으로 당당히 프로에서 경쟁했다.

■“프로산하 유스팀, 더 강하게, 더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한다.”

프로 유스팀에는 국내 최고 유망주들이 몰린다.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훈련하고 훨씬 타이트하게 운영해야 한다. 프로 유스팀에서 성인 프로선수들이 쓰는 공간에서 함께 훈련하고 식사하고 있다는 현실이 오히려 유망주들을 안주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프로 구단은 산하 유스 선수를 고교 졸업과 함께 우선 지명할 수 있다. 여기에 구단이 B팀까지 잘 운영한다면 유스 선수들이 프로에 조기 투입되는 길을 마련할 수 있다. 유스팀 전체 26개팀을 1~2부 기준으로 나눠 프로팀처럼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도자 교육, 성적이 아닌 육성 중심으로 강화돼야 한다.”

축구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다양한 단계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을 이수할 때마다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다만 라이선스가 승패를 결정짓는 능력이 아닌 체계적인 선수 육성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유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지훈련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무조건 체력 훈련과 경기 중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체력과 기술은 먼저 다져야 한다. 그걸 하면서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가 가미된 뒤 실전을 소화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여유로운 연봉과 긴 계약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면 성적 중심에서 탈피하기 힘들다.

■“프로 B팀 운영, 모든 구단이 달려들어야 한다.”

프로 B팀은 A팀에서 뛰기에는 다소 부족한 유망주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재정문제, 감독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B팀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때 4개 팀이 B팀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전북 현대와 대구FC만 B팀을 운영한다. B팀 운영에 모든 구단이 달려 들어야 한다. 일본은 아예 2026년부터 21세 이하 선수들이 뛰는 U-21리그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B팀 운영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고 베테랑 선수들은 소수만 뛰는 식으로 말이다. 연봉이 적은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B팀을 꾸리면 어린 선수는 조기에 프로에 데뷔할 수 있고, 구단 재정도 여유가 생긴다. B팀이 기술훈련→전술이해→실전 투입으로 이어지는 육성 루프의 핵심 플랫폼이 돼야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 벤피카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

■“1부리그 구단 늘리고 최소 3부까지 승강제 필요하다.”

K1 팀 수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 현재 12개 팀으로 구성된 K1은 팀 수가 적어 리그 중반 이후에는 강등권 싸움에 치중해 승점 위주로 수비적 운영이 반복된다. 지금은 최대 3개 팀까지 강등될 수 있어 구단으로서는 장기 프로젝트보다는 1부 생존을 위해 올인한다. K1 팀 수를 14개 또는 16개로 늘리고 강등팀 수를 줄이면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선수단 운영이 가능하다. 지금은 승강제가 1부, 2부 사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우선 3부까지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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