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제이콥 디그롬이 16일 휴스턴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5 메이저리그(MLB)에 최고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99마일 강속구 투수 에이스끼리의 숨막히는 1-0 승부에 양팀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텍사스 제이크 디그롬이 휴스턴 헌터 브라운과의 8이닝 대결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디그롬은 16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휴스턴과 홈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96개의 공(스트라이크 69개)을 던지며, 5피안타 무실점 7탈삼진으로 펄펄 날았다. 디그롬은 2021년 4월 24일 워싱턴전 완봉 이후 4년 1개월 만에 8이닝 이상을 던졌다. 텍사스는 6회말 제이크 버거의 결승 솔로 홈런으로 1-0으로 이겼다. 디그롬은 시즌 4승째(1패)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29로 낮췄다.
디그롬은 이날 최고 99.2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100마일을 넘겼던 최전성기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졌지만 시속 150㎞ 후반대 패스트볼에 휴스턴 타선은 꽁꽁 묶였다. 디그롬은 볼넷을 1개도 내주지 않는 정교한 제구력까지 선보였다.

텍사스 디그롬이 16일 휴스턴전 7회 투구를 마친 뒤 포수 요나 하임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 메츠 시절 2018·2019 연속해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묵직하고 빠른 패스트볼과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오프스피드 변화구의 커맨드도 위력적이었다.
디그롬은 2019년 마지막 사이영상 수상 이후 지난 5시즌 동안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텍사스로 이적해서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아 지난 2년간을 대부분 재활로 보내야 했다. 2년간 단 2승에 그쳤던 디그롬은 올해 벌써 4승째를 거두며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반대편 휴스턴 마운드의 헌터 브라운 역시 위력적이었다. 그는 8이닝 동안 9탈삼진을 뽑아내고 3안타만 허용했다. 디그롬과 경기내내 투수전의 백미를 이어갔다. 98.5마일의 빠른공에 90마일을 넘는 고속 슬라이더와 커터를 앞세워 텍사스 타선을 제압했다. 6회 버거에 던진 93.3마일 커터 단 1개가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는 홈런으로 연결된 게 땅을 칠 일이었다.

휴스턴 헌터 브라운이 16일 텍사스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승리로 통산 2195승으로 역대 다승 6위에 오른 텍사스 브루스 보치 감독은 “정말 대단했고, 멋진 경기였다. 역대 최고 중 한 명인 디그롬이 건강하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홈런으로 유일한 득점을 올린 버거는 “플레이오프 경기처럼 느껴졌다. 두 명의 투수가 결투하고 양쪽에서 정말 좋은 수비를 펼쳤습니다. 정말, 정말 멋진 경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