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인정해준 제주서 폭싹 속았수다”…‘스무살 소년가장’ 김준하

입력 : 2025.05.18 07:00
제주의 소년 가장 김준하가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의 클럽하우스에서 두 손으로 스포츠경향 창간둥이인 자신의 나이를 표현하고 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제주의 소년 가장 김준하가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의 클럽하우스에서 두 손으로 스포츠경향 창간둥이인 자신의 나이를 표현하고 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성장 느린 선수였는데…
얼떨떨한 데뷔전·첫골, 아직도 믿기지 않아”
팀 주축으로 성장…공격P 4개 올려
“목표 10개로 늘리고 형님들과 친해지는 중 ㅋㅋ
영플레이어상? 이지호와 경쟁도 좋은 자극제지만
생애 첫 태극마크, U-20월드컵이 더 간절”

김준하(20·제주)는 스포츠경향이 창간한 2005년 태어난 20살 새내기다. 올해 제주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놀라운 활약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젊은 피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부진한 팀 성적에 쓰린 속을 달래주고 있다. 별명도 ‘소년 가장’이다.

제주를 떠받치고 있는 김준하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김준하는 2월 15일 FC서울과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와 함께 데뷔골까지 넣으며 2-0 승리를 안겼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3월 30일 수원FC전(1-0 승)과 4월 20일 포항 스틸러스전(2-0 승)에서도 골을 넣었다. 그가 골을 넣으면 제주가 이긴다는 인식까지 굳어졌다. 제주에서 2007년 데뷔해 오랜 기간 유럽 무대를 누빈 구자철 어드바이저보다 첫해 활약(1골 2도움)은 더 낫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평범한 어린 선수들과 분명히 다르다. 골 냄새를 맡는 재주가 있다. 우리 팀에서 (김)준하가 최다 득점이라는 게 형님들의 분발을 요구하는 자극제”라고 칭찬했다.

평범한 대학 선수에서 20살의 빛나는 K리거로

“날 인정해준 제주서 폭싹 속았수다”…‘스무살 소년가장’ 김준하
“날 인정해준 제주서 폭싹 속았수다”…‘스무살 소년가장’ 김준하

김준하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나날이 믿기지 않는다. 김준하는 “난 또래보다 성장이 늦었던 선수”라면서 “도봉중에서 졸업했을 땐 날 인정해준 제주가 너무 고마웠다. 지난해 숭실대에서 박성배 감독님에게 축구 선수로 부족한 부분을 잘 배운 것이 올해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사고를 치는 원동력이 됐다”고 웃었다.

김준하의 얼떨떨한 심경은 데뷔전 데뷔골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서울과 개막전에 부모님을 초대하지 못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를 떠올린 김준하는 “(데뷔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자) 직접 보기에는 부담이라고 거절하셨다. 경기가 끝나고 통화하니 ‘중계를 보다 울었다’고 하셨다. 축구 선수로 내가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축구를 잘하는 게 효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홈과 원정에서 한 경기씩 직관하실 때는 골을 넣지 못했다. 안양 원정(4월 26일·1-2 패)에서 도움을 1개 기록했지만 팀이 졌다”고 덧붙였다.

부모님 앞에서 다시 골 폭죽을 쏘아올리고 싶은 김준하는 자신의 장점을 갈고 닦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측면 날개에 필요한 드리블 돌파와 연계 플레이, 패스도 자신있지만 기회만 오면 과감하게 때리는 슈팅이 일품이다. 상대가 막기 힘든 공간에 공을 떨어뜨린 채 달려드는 그에게 베테랑 수비수들도 어려움을 느낀다. 언젠가는 자신의 롤 모델인 오마르 마르무시(맨체스터 시티)처럼 알고도 막기 힘든 저돌적인 해결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김준하가 땀을 흘리는 만큼 공격 포인트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어느덧 13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원래 프로 데뷔 첫해 목표였던 공격 포인트 5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만 23세 이하로 데뷔 3년차 이내의 선수에게 수상 자격이 주어지는 올해 영플레이어상 수상도 노려볼만 하다. 김준하는 ‘제2의 양민혁’으로 각광받고 있는 강원FC의 이지호(23·3골 2도움)와 영플레이어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준하는 “(이지호는) 빠른 스피드와 골 결정력, 동료를 살리는 패스까지 너무 훌륭한 선수”라면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이지만 배울 부분도 많다. 나를 더 자극하는 동기 부여가 된다. 올해 공격 포인트 10개는 기록해야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영플레이어상보다는 U-20 월드컵 출전이 꿈”

축구는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중요하다. 출전 시간에 관계없이 제 몫을 다해 제주가 지금(10위)보다 높은 순위로 올라간다면 만족할 수 있다는 게 ‘소년 가장’ 김준하의 마음가짐이다.

팀웍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여가 시간도 팀 동료들과 합을 맞추는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며 보내고 있다. 김준하는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입단 첫해부터 형들과 친해지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5명이 힘을 합치는 좋은 경험이 됐다. 승률도 70%를 넘는다. 그래도 실력은 여전히 브론즈(등급)”라고 웃었다.

그라운드의 봄을 만끽하고 있는 20살 김준하는 나이에 걸맞는 꿈도 키워간다. 20살이 마지막 기회인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의 꿈이다. 한국은 지난 2월 U-20 아시안컵 4강 진출로 9월 칠레에서 열리는 월드컵 참가 자격을 얻었다.

김준하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라면서 “또래보다 성장이 늦다보니 청소년대표 경험도 없다. 이번 아시안컵에 뛰는 또래들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을 참고 열심히 응원했다. 혹시 월드컵에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김준하라는 선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그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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