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로 부르는 LG의 젊은 피가 무섭다, 새 왕조가 나오나

입력 : 2025.05.18 10:26
유기상(왼쪽)과 양준석이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결정지은 뒤 트로피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BL 제공

유기상(왼쪽)과 양준석이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결정지은 뒤 트로피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BL 제공

28년이라는 긴 기다림을 풀어낸 창원 LG의 첫 우승은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2001년생 3총사인 양준석과 유기상, 칼 타마요(이상 24) 등 젊은 선수들이 우승을 이끈 주역이라 LG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프로 데뷔 3년차인 양준석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두경민 대신 코트를 이끄는 야전 사령관 노릇을 했고, 2년차 슈터 유기상은 꼭 필요할 때 외곽에서 물꼬를 트는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필리핀 출신의 포워드 타마요는 국내에서 처음 경험한 ‘봄 농구’에서 한층 성장해 에이스로 가능성을 엿보인 사례였다.

조상현 LG 감독(49)은 “젊은 선수들로 코트를 채우는 게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결과가 우승이었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샐러리캡 소진율 77.75%…우리는 다이소 군단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LG가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LG가 3년 연속 정규리그 2위로 하는 과정에서 8연패의 부진에 빠지면서 9위로 추락하는 경험도 있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뒤 자유계약선수(FA)와 트레이드로 데려온 두경민과 전성현이 부상으로 이탈한 영향이었다.

조 감독은 이들의 빈 자리를 양준석과 유기상으로 채웠는데, 우승으로 가는 길이 열렸으니 아이러니다. 조 감독은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코치들과 상의해 젊은 선수들로 가기로 결정했는데, 결과가 잘못됐다면 내 잘못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고, 임재현 수석코치는 “LG로 돌아오기 전 배재고를 맡았기에 젊은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두 선수의 중용을 건의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코칭스태프만 불안했던 것은 아니다. 꿈꾸던 주전으로 올라선 양준석과 유기상도 어깨에 지워진 짐이 무거웠다. 과거 롤 모델로 여겼던 선배들과 갑자기 승리를 다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양준석은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는 ‘다이소 군단’이라는 말도 했다. 저나 (유)기상이, (정)인덕이형까지 초라한 연봉이라 나온 말”이라면서 “그래도 작지만 알찬 다이소 군단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다”고 웃었다.

세 선수의 연봉의 합은 3억 4000만원이다. 웬만한 주전 선수 한 명의 몸값보다 낮다. 아시아쿼터 1년차인 타마요 역시 16만 달러(약 2억 2400만원)를 받는다. LG의 선수단 총보수가 10팀 중 꼴찌(22억 5400만원·샐러리캡 소진율 77.75%)인데, 그 중에서도 낮은 이들이 우승의 주역이었던 셈이다.

칼 타마요가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결정지은 뒤 그물을 자르며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칼 타마요가 지난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결정지은 뒤 그물을 자르며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세 선수가 경험을 쌓는다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할 지경이다.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14점)을 기록해 생애 첫 MVP까지 수상한 베테랑 포워드 허일영(40)은 “(유)기상이나 (양)준석이는 능구렁이다. 자기 색깔이 확실하고 외부에 흔들리는 일이 없다. 쉬는 날에도 농구만 바라보는 아이들이라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조 감독도 “LG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선수들이다. 제 눈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훈련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양홍석이 돌아온다

LG 왕조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국가대표 포워드 양홍석(28)이 오는 11월이면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다. 양홍석은 입대 전인 2023~2024시즌 전 경기를 모두 소화하면서 평균 12.93점을 책임지면서 내·외곽을 모두 책임지는 에이스였다. 양홍석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참가한 D리그에서도 17.2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3년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LG가 가드 자원이 대세였던 아시아쿼터 선수로 포워드 타마요를 데려온 것은 양홍석의 공백을 고려한 조치였는데, 양홍석의 복귀로 가장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조 감독은 양홍석이 돌아온다면 LG의 농구를 더욱 빠르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 감독은 “시즌이 끝났으니 선수 구성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며 “양홍석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조합할지 결정하려고 한다. 원래 내가 추구하는 농구는 조금 더 빠른 농구다. 올해 속공이 최하위였다. 팀 컬러를 조금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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