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재웅이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KPGA 제공
‘최경주 아일랜드’ 홀의 올해 주인공은 엄재웅이었다. 엄재웅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연장전에서 캐나다 교포 이태훈을 꺾고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쓴 최경주는 올해도 컷을 통과해 이 대회 역대 최다 컷 통과 기록을 22회로 늘렸다.
엄재웅은 18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2타로 이태훈과 공동 선두를 이룬 엄재웅은 18번 홀(파4)에서 열린 첫번째 연장에서 보기를 기록, 더블 보기를 한 이태훈을 제치고 우승했다. 엄재웅은 이로써 2023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우승상금은 2억6000만원.
지난해 ‘최경주 아일랜드’의 기적이 일어난 핀크스GC는 올해 대회 기간에는 안개와 비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1라운드 시작은 경기장 전체를 뒤덮은 짙은 안개로 하루 미뤄졌다. 16일 오전 경기가 시작됐지만 몇 시간 안돼 안개가 끼면서 중단되더니 오후에 많은 비가 내려 또 미뤄졌다. 결국 대회는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17일부터 강행군이 시작됐다. 오전 일찍 시작한 경기는 일몰 시간이 지나서까지 이어졌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까지 2라운드 경기를 진행했다.
컷 통과 선수들을 가리고 시작한 최종 3라운드는 이날 오후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다. 샷건 방식은 선수들이 각각 다른 홀에서 동시에 티오프를 하는 방식이다. 골프 코스가 선수들로 북적인 만큼 리더 보드도 북적였다. 이날 경기가 절반을 지났을 무렵 10언더파 공동 선두에 3명, 9언더파 공동 4위에 6명이 모여 각축을 벌였다. 선두와 2타 차 공동 10위도 3명이었다.
리더 보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은 선수들이 3~4홀씩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태훈이 자신의 16번째 홀인 4번 홀(파5) 이글로 12언더파를 기록하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나갔다.
3번 홀에서 시작한 엄재웅은 1번 홀 버디로, 1번 홀에서 출발한 황중곤은 15번·16번 홀 연속 버디로 11언더파 공동 2위로 올라섰지만 이태훈이 유리해보였다.
하지만 이태훈이 자신의 마지막 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하면서 공동 선두로 내려섰다. 이 때 엄재웅이 자신의 마지막 홀인 2번 홀(파3)에서 3m 버디 퍼트 기회를 맞아 경기를 끝내는 듯 했지만 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가며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18번 홀에서 열린 1990년생 동갑내기 끼리의 연장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선수는 이태훈이었다. 먼저 티샷을 한 이태훈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공을 보내 러프에 빠진 엄재웅보다 좋은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러나 먼저 두 번째 샷을 한 이태훈의 공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고, 이를 본 엄재웅은 안전하게 그린 가운데로 공을 보냈다.
이태훈은 벙커에서도 한번에 나오지 못하면서 더블 보기로 홀을 마쳤고, 엄재웅은 방심한듯 3퍼트를 했지만 보기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엄재웅은 “막판 선두를 한 타 차이로 추격했지만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실패하고 연장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것을 알았다”며 “하늘이 나에게 우승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가 1승이었다고 한 엄재웅은 “목표를 일찍 이뤄 기쁘다”면서 “앞으로 대회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코리안 투어에 집중하면서 2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승자 최경주는 17일 하루에만 1라운드 18홀과 2라운드 16개 홀 등 총 34개 홀을 소화한 뒤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잔여 라운드 2개 홀을 마치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중간 합계 2언더파 140타, 공동 41위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최경주는 이날도 버디 3개, 보기 2개로 한 타를 줄여 최종 합계 3언더파 210타, 공동 3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