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틴 반즈. 게티이미지

크리스 테일러. 게티이미지
LA다저스가 팀에서 가장 오래 뛴 야수 오스틴 반즈를 지난 15일 방출했다. 19일에는 그 다음으로 오래 뛴 야수 크리스 테일러를 내보냈다. 포수 반즈는 2015년 다저스에서 데뷔해 11년을 뛰었다. 내·외야를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테일러는 2016년 시애틀에서 다저스로 넘어온 후 10년을 활약했다. 두 사람은 최근 다저스의 최전성기를 뒷받침한 숨은 공신들이다. 넘쳐나는 슈퍼스타들 속에서 묵묵하게 제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이 뛰는 동안 다저스는 2차례(2020, 2024)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 4차례(2017, 2018, 2020, 2024)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다저스가 10년 이상 활약한 베테랑 야수들을 잇달아 내보낸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이번 시즌 선수단 총연봉 3억2900만달러(약 4500억원)를 쓴다. 디퍼(지불 유예) 계약을 통해 편법으로 선수단 연봉 규모를 낮췄는데도 메이저리그(MLB) 전체 1위다. 지난해 압도적인 전력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더 강해졌다. 비시즌 기간 블레이크 스넬, 사시키 로키, 커비 예이츠, 태너 스콧 등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대어급 투수들을 쓸어 담았다.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하고, 우승을 하지 못하면 실패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전력이다.
다저스는 반즈와 테일러를 방출하면서 보다 젊은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지난 15일 반즈를 내보내면서 포수 유망주 돌턴 러싱을 빅리그로 끌어 올렸다. 테일러 방출로 김혜성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다저스는 김혜성, 러싱 같은 선수들이 팀의 활력소로 활약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주는 우리 모두에게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반스와 테일러는 우리 구단의 수많은 중요한 순간마다 중심에 있었던 선수들이다. 다저스의 문화와 지금 위치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래서 이번 결정은 어려웠다. 당사자들과 대화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기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18일 기준 29승 18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에게 턱밑까지 쫓기고 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뉴욕 메츠는 29승 17패로 다저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MLB는 KBO리그에 비해 선수 이동이 훨씬 더 자유롭고 빈번하다. 그럼에도 반즈와 테일러의 방출은 충격이 크다. 다저스의 LA와 라이벌 격인 뉴욕 지역 매체 뉴욕 포스트는 두 사람의 방출에 대해 “다저스가 테일러와 반즈를 무자비하게 잘라냈다.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과 결정적인 순간에서 활약조차도 이제는 다저스에서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