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울 알칸타라. 연합뉴스
승률이 2할대까지 떨어진 프로야구 키움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다. 타자 야시엘 푸이그(35)를 방출하고 KBO 경력직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33)를 영입했다. 키움의 ‘투수 1명, 타자 2명’ 외국인 선수 시스템은 개막 2달 만에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키움은 19일 푸이그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KBO에 요청하고 대체 선수로 우완 투수 알칸타라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알칸타라는 연봉 2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 등 총액 40만 달러에 잔여 시즌 계약을 체결했다.
키움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외국인 타자 2명 운용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라며 “김혜성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타격 보강이 필요했고 젊은 국내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성장시키고자 했는데 선발진이 무너져버리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키움은 이번 시즌 49경기를 외국인 투수 1명,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운영했다. 극단적인 ‘타선 집중 야구’는 개막 직후 효과를 내는 듯했다. 처음 8경기 동안 평균자책은 6.65로 리그 9위였으나 팀 타율은 0.314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가 4월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키움의 공격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4월부터 41경기를 치르는 동안 키움의 팀 타율은 0.208까지 떨어졌다.

라울 알칸타라. 정지윤 선임기자
외국인 투수가 케니 로젠버그뿐인 선발진도 점차 무너져내렸다. 마땅한 5선발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4선발인 신인 정현우는 데뷔전에서 122구를 던진 후 어깨 부상으로 3경기 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2년 차에 3선발을 맡은 김윤하는 1승도 없이 8패라는 아픈 성적표를 안고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3~5선발이 전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키움은 최악으로 치달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발진 재건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키움 관계자는 “선발진이 무너져내리니 공격도 영향을 받더라”라며 “선발 투수들이 어느 정도 막아줘야 타격이 살아난다”라고 말했다.
키움이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알칸타라는 과거 KT(2019년)와 두산(2020년, 2023~2024년)에서 뛰었던 KBO 경력직이다. 2020년 두산에서 20승 2패 평균자책 2.54로 리그 최다승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2023년 두산에 다시 돌아와 2024년 재계약까지 성공했으나 부상과 부진 끝에 시즌 중 방출됐다.
키움 관계자는 “알칸타라가 지난해 부진하기도 했지만 (팔꿈치) 부상 때문에 본인의 성적을 못 냈다”라며 “지금 멕시칸 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한국에 있을 때만큼 구속이 올라와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빨리 KBO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찾다 보니 알칸타라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25일 새벽 입국한 뒤 고척스카이돔으로 이동해 선수단과 인사한 뒤 팀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는 26일부터 진행된다.
키움은 알칸타라 합류 이후 ‘로젠버그-알칸타라-하영민’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이 탄탄하게 구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키움은 나란히 부진한 두 명의 외국인 타자 중 푸이그 방출을 선택했다. 올해 35살로 에이징 커브에 접어든 푸이그가 타격뿐 아니라 수비 면에서도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5월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진 카디네스는 이번 외국인 선수 교체에서 살아남았다. 카디네스는 개막 직후 7경기 연속 타점을 생산하며 맹활약했으나 4월 초 미국으로 ‘출산 휴가’를 다녀온 뒤 타격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를 낳은 후 향수병으로 경기력이 나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키움 관계자는 “6월 중 카디네스의 가족이 한국에 들어온다”라며 “그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