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지금 ‘외고투저’

입력 : 2025.05.20 00:00

외국인 선발들 역대급 활약

폰세·데이비슨·라일리 등

외인 승리기여도 거의 절반

ML 역수출 사례늘며 수준↑

한화 폰세(왼쪽)와 NC 라일리. 각 구단 제공

한화 폰세(왼쪽)와 NC 라일리. 각 구단 제공

한화 코디 폰세는 지난 17일 대전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8탈삼진을 기록했다. 팀 동료 류현진이 2010년 세운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17개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폰세는 8회 2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달렸다. 이튿날인 18일에는 NC 라일리 톰슨이 괴력을 과시했다. 울산 키움전 선발로 나와 8이닝 노히트 노런 피칭을 했다. 9회 키움 선두타자에게 경기 첫 안타를 내줬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이틀 연속으로 노히트 노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셈이다. 2025시즌 KBO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대단히 뜨겁다. 19일까지 2점대 평균자책 이하만 8명이다. 폰세와 터커 데이비슨(롯데)은 시즌 일정 30% 가까이 소화한 현시점까지 1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다. 이날까지 KBO리그 10개 구단 모든 투수가 쌓아 올린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 총합이 73.41이다. 그중 외국인 투수들 기록이 32.67이다. 비율로 따져 44.5%다. 리그 전체 투수들의 승리 기여분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투수들 몫이었다는 의미다. LG 임찬규, 롯데 박세웅 등 국내 1선발들도 분전하고 있지만 이를 덮을 만큼 이번 시즌 외국인 투수들의 기록이 압도적이다.

역대 시즌을 통틀어 외국인 투수들이 리그 전체 WAR에서 40% 이상을 차지한 시즌은 2차례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40.05%, 2018시즌 40.06%다. 올해만큼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큰 시즌은 없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키움이 예년과 달리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치러왔다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시즌 투고타저 시즌의 진원지도 결국은 외국인 투수들이다. 위력적인 공으로 무장한 외국인 투수들이 리그 전반의 투고타저를 견인 중이다. 각 구단 외국인 투수들의 평균자책은 지난해 3.99에서 3.21까지 내려갔다. 국내 투수들은 지난해 5.19, 올해 4.53이다. 외국인 투수들 성적이 전반적으로 더 빼어나며 지난해와 비교해 성적 향상 폭도 더 크다.

KBO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재진출하는 ‘역수출’ 사례가 늘면서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과거 아시아 진출 1순위는 일본이었지만 이제 한국이 오히려 더 낫다는 말이 나온다.

한 끗 차로 MLB에서 밀려난 투수들이 한국에서 새 무기를 개발하거나 약점을 보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는 2023년 KBO리그에서 스위퍼를 실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삼성에서 활약한 코너 시볼드(탬파베이)는 새 활로를 찾기 위해 팔 각도를 낮췄고, KBO 무대에서 그 효과를 체감한 뒤 미국으로 복귀, 최근 빅리그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 속에 구단별 명암도 극명하다. 1~3위를 달리고 있는 LG, 롯데, 한화 모두 압도적인 외국인 에이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화 폰세와 롯데 데이비슨이 평균자책 전체 1, 2위를 달리고 있다. LG 요니 치리노스가 팀 동료 임찬규에 이은 4위다.

반면 입단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두산 콜 어빈은 평균자책 4.13으로 성적이 기대만 못 하다. 두산도 리그 9위로 처져있다.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치른 키움은 리그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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