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코리아 플래그십 매장 오픈
애플스토어와 나란히 걷는 박기표 안전지대코리아 대표의 ‘다음 챕터’

한국 스트릿 패션의 선구자, 박기표 대표가 다시 한번 무대를 확장한다. ‘안전지대’라는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패션과 기억, 공간과 감정을 엮는 문화적 아카이브다. 과거 애플 아이폰1 광고 모델로 대중 앞에 처음 등장했던 박기표 대표는 2025년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뒤편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며, 시간과 브랜드의 서사를 연결하는 새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패션은 감정이고, 브랜드는 기억이다”라고 전하는 박기표 대표. 그가 안전지대코리아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그리고자 하는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Q.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뒤편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배경은?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는 제게 특별한 장소입니다. 2009년, 제가 애플 아이폰1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당시의 추억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길이거든요. 아이폰1 모델이라는 경험은 저에게 단순한 이력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감각과 철학을 깨닫게 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안전지대코리아 플래그십 매장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장소입니다. 브랜드가 구축해 온 정서적 언어와 세계관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한 ‘올버즈(ALLBIRDS)’는 디카프리오가 실리콘 벨리에서 투자 받아 만든 친환경 브랜드예요. 미래를 이끄는 브랜드와 나란히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애플은 사람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기존 전략을 깨고 2009년 아이폰 광고 모델로 주목 받았다. 애플과의 인연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당시 애플은 굉장히 독특한 광고 전략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품 중심의 미니멀한 스타일이었죠. 모델의 얼굴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손과 기기만 등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기에 인터넷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로 주목을 받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광고 기획팀의 눈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사람이 등장하지만, 제품의 철학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을 찾던 애플에게 저는 적절한 매개였던 거죠.
그때는 그저 모델로 참여했을 뿐이지만, 애플의 미니멀리즘, 사용자 중심 철학, 그리고 브랜드가 사람에게 전하는 감각적인 메시지들이 오래도록 제 안에 남았습니다. 지금 ‘안전지대’를 설계할 때 가장 깊은 기반이 된 감각이죠. 애플이 ‘기술로 감정을 연결’했다면, 저는 ‘패션으로 기억을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안전지대는 ‘스트리트’라는 틀에만 머물지 않고, 럭셔리와 디지털 감성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문화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Q. 이브 잡스에게도 영향을 받았다고.
“이브 잡스는 그 자체로 시대의 상징이에요. 루이비통의 뮤즈로서 보여주는 존재감, 전통과 미래적 감각을 넘나드는 태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모두가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Coltorti Boutique와의 협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방향성과 맞닿아 있었어요. Coltorti는 유럽을 대표하는 셀렉트숍으로, 발렌시아가와 루이비통 사이에서 늘 새로움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이브와 Coltorti가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감각’이라는 관점에서 안전지대코리아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로렌 파월 잡스의 철학 또한 브랜드 운영에 영향을 주었는지?
“로렌 파월 잡스는 저에게 ‘브랜드는 존재 방식’이라는 개념을 일깨워준 인물이에요. 그녀는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더 나은 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가슴 깊이 남았어요. 그녀처럼 저도 브랜드를 ‘공공의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옷을 파는 걸 넘어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연결하는 매개체로요.”
Q. 인상 깊었던 그녀의 발언이 있다면?
(출처 :
https://www.axios.com/2024/12/17/laurene-powell-jobs-great-work-happening-everywhere?utm_source=chatgpt.com )
“2024년 12월, 에머슨 콜렉티브의 연말 편지에서 그녀가 한 말이 있어요. ‘패턴을 인식하고, 평가하며, 적응하고, 발명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 창의성과 책임감의 균형에 대한 통찰이죠. 저는 이 말이 요즘 안전지대코리아가 겪고 있는 변화와 너무 닮았다고 느꼈어요.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이 ‘적응과 발명’의 흐름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브랜드란 결국 그런 순간들을 포착하는 감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전지대는 앞으로도 불협화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드로 남고 싶어요.”
Q. 듣다 보니 왠지 영화 ‘위대한 개츠비’도 떠오른다. 이번 매장을 열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일단 가로수길 자체가 5년째 침체기였습니다. 코로나 여파와 경기 악화로 마케팅을 거의 멈춰야 했고,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벅찼죠. 그 와중에 믿고 투자했던 중국 마케팅 파트너가 약속을 깨면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가족 문제였습니다. 사랑하는 친동생이 세상을 떠났고, 집안 내부에서도 소송이 이어졌어요. 일과 삶, 가족과 브랜드 모두가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그때 느꼈어요. 이 브랜드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고요. 내 삶의 일부였고, 내가 다시 살아갈 이유였어요. 그래서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Q. 최근 음악 활동도 시작했는데, 계기가 있다면?
“미국에서 ‘Park Gi Pyo’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제게 감정의 해소이자 브랜드의 연장이었어요. 앨범 이름은 Nostalgia입니다. 과거의 기억, 상실, 회복, 그리고 현재의 나 자신을 음악으로 담고 싶었죠. 수록곡 ‘To-J (Feat. Jihogivenchy)’와 ‘Always Know (Feat. Sonzaboytellem)’는 각각 상실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가 시각이라면, 음악은 청각이잖아요. 패션과 음악은 결국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안전지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인가요?
“저는 안전지대를 ‘기억을 보존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람들의 인생에 닿는 순간을 함께 기억하는 브랜드. 그래서 옷뿐 아니라 공간, 음악, 예술, 콘텐츠 모두를 브랜드 안에 담고 있어요. 단순히 의류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위로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 말이죠. 플래그십 매장은 이제 첫걸음입니다. 유럽, 아시아, 미국에서도 ‘브랜드의 서사’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안전지대’를 만들면서 제 삶을 치유했습니다. 동시에 많은 분들의 삶 속에도 작은 ‘감정의 안식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그런 장소,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저희 브랜드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란 옷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입니다. 감정을 디자인하고, 기억을 남기며, 사람과 연결되는 브랜드. 그것이 제가 꿈꾸는 ‘안전지대’입니다.”
박기표 대표는 ‘안전지대’를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닌, 감정과 기억이 머무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의 비전은 안전지대코리아만의 고유한 정서와 미감을 바탕으로, 패션·음악·예술을 넘나드는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는 앞으로도 글로벌 아티스트, 사회적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살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강남이나 이태원처럼 장소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되듯, ‘안전지대’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감성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마음속에 각인되기를 꿈꾼다. 그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패션이 감정을 입는 방식이라면, 박기표 대표의 브랜드는 감정을 디자인하고 기억을 입히며 세대를 초월한 영감을 전하고 있다. K-패션의 미래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안전지대’는 지금, 하나의 대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