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인터뷰

‘오이영’으로 또 한 번 아이콘이 된 고윤정 “연예인이 덜됐대요”

입력 : 2025.05.21 07:59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1990년대 말에 김희선, 2000년대 초에 김태희, 2010년대에는 수지 등이 가졌던 대한민국 아이콘으로서의 미녀 계보. 지금 2020년대를 꼽으라면 금방 떠오르는 몇 개의 이름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윤정은 가장 최근에 등장했지만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실제로 만난 고윤정은 굉장히 털털하다. 깎아놓은 듯한 콧날과 깊은 두 눈 그리고 오밀조밀한 얼굴에서는 애교가 넘쳐 나올 것 같은 이미지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무심하고도 다소 무뚝뚝한 오이영의 모습이 그대로 배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유쾌한’ 반전이다.

“다들 인기가 있다고 말씀해주시면 ‘아, 그렇구나’ 체감하는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긴장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유독 시상식이나 제작발표회, 라이브 방송 등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데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실수하지 않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생기고요.”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안 그래도 많았던 인기에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그 열기를 더욱 지피는 연료와도 같았다.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핀오프 작품으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1년 차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 작품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했다. 1년 차 4인방의 중심이자, 구도원 선생(정준원)과의 로맨스 중심이기도 했다.

“미팅을 제안받고 오이영을 포함해 여러 캐릭터의 대본을 여러 번 읽어썬 것 같아요. 신원호 감독님이나 이민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MBTI 관련 말씀도 나눴던 것 같아요. 이우정 작가님이나 김송희 작가님이 역할이 결정되면 써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제 실제 모습이 더욱 많이 담겼던 것 같습니다.”

오이영은 자신이 진 빚 때문에 크게 열의가 없던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들어온다. 극 초반에는 이른바 ‘입덕부정기’라 불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점점 더 의사로서의 열의와 사랑에 대한 마음이 커지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실제 고윤정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출연장면. 사진 tvN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출연장면. 사진 tvN

“이영이가 비치는 모습이 의욕이 없고, 또 연애하면 의욕이 생기는 것처럼 나오는데요. 전 이영이에게 계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하는 것은 빚을 갚아야한다는 목적이 있다 보니 ‘올인’할 마음이 안 생겼는데, 여러 난관에서 구제해주는 구도원 선생님에게 꽂히고 저돌적으로 나가면서 생기를 찾았어요. 저도 실제로 하나에 꽂히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사돈총각’이지만 마음에 들었던 구도원과의 연애 이야기가 극 중반 이후를 감싼다. 이상적인 사람이고 실력으로나 인성으로나 존경스러운 구도원의 캐릭터는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캐릭터였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선배 정준원은 좋은 사람이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극 중 서로가 투영된 연애를 했다.

“오빠가 저랑 8살 차이인데, 실없는 농담을 잘하세요. 그런 느낌이 구도원에 있죠. 10회부터 이어지는 로맨스에서 코미디 요소도 있어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과 함께 웃으며 촬영한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일에 꽂히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실제 ‘언슬전’ 촬영장은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즐겁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꽂혀서 연기했던 것 같네요.”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왼쪽) 출연장면. 사진 tvN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왼쪽) 출연장면. 사진 tvN

미술을 전공했다 소속사 대표의 권유로 모델을 시작한 그는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과 ‘스위트홈’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2년 tvN ‘환혼’의 낙수 역으로 신비한 이미지를 만든 그는 2023년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통해 무한재생 능력의 초능력자 여고생 장희수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주로 현실감이 없는 장르물이나 판타지를 통해 특유의 신비한 이미지를 키운 셈이다.

“주로 판타지 느낌의 연기를 하다 이번이 정말 평범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한 것 같아요. 빚을 진 청춘에, 산부인과의 다양한 사연이 마음에 와닿았죠. 저 스스로도 ‘나중에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하고, 어머니에게 검진을 정기적으로 꼭 받으라고 채근하곤 했죠. 저도 내향인이라 현장적응에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점점 성장한 것 같아요. ‘언슬전’으로 따지면 전공의 1년 차 11월 정도라고 할까요?(웃음)”

신원호 감독으로부터 “스타가 되려면 멀었다”고 핀잔을 듣고 웃는 그는 즐겨보던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세계관에 들어온 자신이 대견스러운 눈치였다. ‘응답하라 1994’의 욕쟁이 조윤진 역을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앞서 ‘언슬전’에 나온 ‘슬기로운 의사생활’ 배우들의 카메오처럼 그렇게 이 세계관에 계속 나올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오이영 역을 연기한 배우 고윤정. 사진 MAA

“시즌 2에 대해서는 하고픈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절반이 있어요. 시즌 2가 나온다면 오이영은 아직도 슬기로워지지 않은 게 아닐까요? 이미 슬기로워졌다면 다른 분들의 다른 전공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제작된다면 여러 번 특별출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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