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빌바오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앞둔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을 광대로 표현한 것을 두고 잔뜩 화를 냈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상대로 2024~2025시즌 UEL 결승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1승5무21패, 승점 38점에 그쳐 잔류 마지노선인 17위로 추락했다. 강등 위험은 없지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용납되기 힘든 성적이다.
하지만 맨유를 꺾고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시즌을 웃으며 마칠 수 있다. 여기에 토트넘이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터라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더드는 이런 상황을 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영웅과 광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맨유전을 하루 앞두고 21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26년 동안 누구로부터도 특혜받지 않고 노력해 유럽클럽대항전 결승에서 팀을 지휘하게 된 사람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고 한풀이하듯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가장의 직업 탓에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던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변방’ 호주 축구인으로의 자부심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지만 5살에 호주로 이민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빌바오 | 로이터연합뉴스
현역 시절 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감독으로 브리즈번 로어, 멜버른 빅토리를 지휘했고,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거쳐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사령탑에 오르며 축구계의 중심인 유럽 무대에 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그리스에서 태어났다, 그 뒤엔 축구가 주요 스포츠 종목이 아닌 호주에서 자랐다”면서 “호주 출신이라는 점을 강하게 느낀다. 호주에서는 스포츠를 할 때 상대가 얼마나 크고 강하건 상관없이 맞서 싸운다”고 힘줘 말했다.
UEL에서 우승하더라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큰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된 상황을 경험한 적이 많다”면서 “호주 대표팀을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 떠났고, 셀틱에서 우승하고 떠났고, 브리즈번에서 우승하고 떠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난 훌륭한 가족과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 건강하고, 가족이 함께한다면 내 미래는 보장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토트넘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더 성장할 여지가 있고, 그게 현실화하는 걸 보고 싶다”며 팀을 더 이끌고 싶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빌바오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