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일? “행복합니다”…KT 조이현은 오늘도 묵묵히

입력 : 2025.05.21 10:44 수정 : 2025.05.21 17:08
조이현이 20일 수원 KIA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조이현이 20일 수원 KIA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우완 조이현(30)이 올시즌 첫 기회를 얻기까지 44일이 걸렸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그는 2군에서 선발 투수로 몸을 만들며 1군의 부름을 기다렸다. 첫 기회는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지옥의 9연전’ 중 찾아왔다. 조이현은 기존 선발진의 부담을 덜어줄 대체 자원으로 지난 5일 수원 NC전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조이현은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두 번째 기회를 잡기까지는 꼬박 2주가 걸렸다. 이번엔 소형준의 대체 선발이었다. 팔꿈치 수술 후 올해가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인 소형준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소형준은 올시즌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2패 평균자책 2.83을 기록한 KT 선발진의 핵심이다.

조이현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5안타 1사구 3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소형준의 공백을 최소화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위기가 없진 않았다. 2-0으로 앞선 2회초 최형우와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린 조이현은 이우성을 삼진으로 잡은 뒤 최원준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내는 등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KT 조이현. KT 위즈 제공

KT 조이현. KT 위즈 제공

5-0으로 앞선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조이현은 1사후 오선우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뒤 원상현과 교체됐다. 김도영을 땅볼로 처리한 원상현이 최형우에게 투런포를 허용해 조이현의 실점이 올라갔다. 6회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대체 선발로 충분히 제 몫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칭찬했다.

올시즌 첫 승리이자 개인 통산 10승째를 챙긴 조이현은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조이현은 “지난해 첫 등판이 KIA전이었는데 굉장히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며 “1회를 잘 마치고 내려온 뒤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이현은 지난해 4월5일 KIA전에 구원 등판해 0.2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조이현은 선발 투수로 나갈 때 자신을 ‘첫 번째 투수’라고만 생각한다.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 욕심을 내지 않는다. 조이현은 “뒤에 나오는 불펜 투수들이 편한 상황에 올라갈 수 있게 잘 던지자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조이현이 지난 20일 수원 KIA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배재흥 기자

조이현이 지난 20일 수원 KIA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배재흥 기자

2022년 시즌 뒤 SSG에서 방출돼 경력 단절 위기에 몰렸던 조이현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23년부터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조이현은 “KT에 와서 정말 행복하고 재밌다”며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주인공이 된 조이현은 다시 있을 기회를 잡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간다. 조이현은 21일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똑같이 평소처럼 운동하고 잘 던지면서 준비하고 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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