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환 9단이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30회 LG배 16강 대국에서 신진서 9단과 대국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1인자를 상대로 지긋지긋했던 맞대결 17연패의 그늘을 벗어난 벗어난 박정환 9단의 얼굴은 홀가분했다. 그는 1인자를 꺾은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는 말과 함께 다음달 열리는 춘란배 결승에 대한 각오도 내비쳤다.
박정환은 지난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30회 LG배 16강전에서 ‘최강’ 신진서 9단을 상대로 17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이 승리로 박정환은 2022년 7월 YK건기배 본선 45국 승리 이후 3년 만에 신진서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그 기간 쌓였던 맞대결 17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박정환은 이후 진행된 8강 대진 추첨 결과 지난 대회 우승자인 변상일 9단과 4강 티켓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박정환은 지난 19일 열린 16강 대진 추첨 때 상대가 신진서로 결정되자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신진서는 박정환에게는 어느새 큰 ‘벽’이 되어 있었다.
박정환은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많이 진 상대라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힘든 승부가 예상돼서 그랬던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박정환 9단(왼쪽)이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30회 LG배 16강 대국에서 신진서 9단과 대국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은 그동안 신진서를 상대로 연패를 당한 이유를 ‘조급함’으로 꼽았다. 박정환은 “그동안 너무 많이 지면서 연패에 대한 부담이 컸다. 형세가 좋아도 어차피 또 지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두르다 진 경우도 많았다”며 “이번에는 그것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승리 요인에 대해서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뒀는데, 중반에 접어들며 바둑이 잘 풀렸고 운도 따른 것 같다. 중반 한 때 사소한 실수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래도 내 실력만큼 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다른 기사도 아닌, 최유력 우승 후보를 꺾은 덕분에 박정환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박정환은 19회 대회에서 김지석 9단을 꺾고 우승한 뒤 한 번도 LG배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박정환은 “요즘 컨디션과 바둑 내용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8강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세계 최강인 신진서 사범을 꺾은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제 박정환의 눈은 다음달 열리는 또 다른 메이저 세계기전인 제15회 춘란배 결승을 향한다. 박정환은 중국의 양카이원 9단과 3번기로 우승을 다툰다. 박정환은 12회 대회 때 단 한 번 결승에 올랐는데, 그 때 박영훈 9단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환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정환 9단이 2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30회 LG배 16강 대국에서 신진서 9단을 상대로 승리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 | 윤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