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이 22일 유로파리그 우승 후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33)이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에서 주장으로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토트넘은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열린 2024~2025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같은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샤를리송과 교체 투입돼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 종료까지 뛰었다. 우승이 확정된 후 태극기를 허리에 두르고 15kg에 달하는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가 UEFA 주관 대회 우승 세리머니에서 주장 자격으로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레넌 존슨이 전반 42분 파페 사르의 크로스를 받아 넣은 결승 골이 승부를 갈랐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확보했다.
차범근·박지성과 다른 ‘주장’ 기록
손흥민은 유럽대항전에서 우승을 이끈 최초의 한국인 주장이다. 토트넘 구단 웹페이지 캡처
손흥민의 이번 우승은 과거 한국 선수들의 UEFA 대회 우승과 다르다. 차범근은 레버쿠젠(독일)에서 UEFA컵을 2번 들어 올렸지만 주장이 아니었고,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지만 정작 결승전 엔트리에서선 제외됐다. 앞서 김동진과 이호 제니트(러시아)에서 UEFA컵을 우승했지만, 김동진은 1분 출전에 그쳤고 이호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반면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으로 결승전에 직접 나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유럽대항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최초의 한국인 주장”이라고 발표했다.
15년 유럽 생활 끝에 첫 트로피
토트넘 SNS 캡처
손흥민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 후 유럽 1군 무대에서 15시즌을 보낸 끝에 얻은 첫 트로피다. 그는 토트넘에서만 10년간 세 차례 준우승을 경험했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리버풀에 0-2로 패했고, 2021년 리그컵 결승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은 앞서 유로파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퍼즐을 완성하려면 모든 조각이 필요하다. 마지막 조각을 찾기 위해 10년을 헤맸다”고 말했었다. 경기 후에는 “오늘은 꿈이 이뤄진 날이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나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지난 10년 동안 마지막 퍼즐 조각만 남았는데, 오늘 드디어 맞췄다”며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룬 우승의 의미를 강조했다. 손흥민은 “솔직히 부담이 컸다. 너무 간절했고, 그래서 더 긴장됐다”고 결승전 전 심정을 털어놓으면서도 “함께 축하하고 싶다. 집에 못 가도 괜찮다.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 챔스·유로파 결승 출전
토트넘 SNS 캡처
손흥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모두 출전한 기록도 세웠다. UEFA컵에서 유로파리그로 명칭이 변경된 2009년 이후 우승한 첫 한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올 시즌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각 17위와 16위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유로파리그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멸망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토트넘이 우승하면서 리그 성적과 상관없이 유럽 무대에서는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흥민의 이번 우승은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오랜 기간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 중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인 15시즌 만의 첫 우승이었다. 다른 팀원들이 우승을 위해 토트넘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끝까지 남아 주장이 되어 마침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부상으로 결승전을 앞두고 한 달간 6경기를 결장했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 몸 상태를 끌어올려 결승 무대에 섰다. 토트넘 구단 관계자들은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맞춰 컨디션을 회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었고, 실제로 그는 약속을 지켰다. 손흥민의 이번 우승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역사적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