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까지 수비수로…토트넘, ‘6백’ 극한 수비로 41년 만의 유럽 대항전 우승

입력 : 2025.05.22 15:53
토트넘 선수들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2일 유로파리그 우승 후 시상식에서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선수들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2일 유로파리그 우승 후 시상식에서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33)까지 최후방에 배치한 수비 중심 전술로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을 달성했다.

토트넘은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었다. 1983~1984시즌 전신인 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정상 등극이자,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메이저 트로피다.

브레넌 존슨 선제골 후 수비 모드 전환

토트넘 공식 SNS

토트넘 공식 SNS

경기는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결정됐다. 존슨은 오른쪽 측면에서 받은 공을 개인 기량으로 돌파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은 이 골을 통해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앞서 나갔고, 이후 경기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시즌 내내 공격 축구만 고집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수비 중심 운영으로 전환했다. 후반 들어 공격수 대신 수비수를 연달아 투입하며 전원 수비 태세를 구축했다.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부임 후에 보여준 가장 실용적인 전술 변화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손흥민의 포지션 조정이었다. 벤치에서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뒤 평소 공격 포지션을 버리고 윙백 수준까지 내려왔다. 상대 우측 공격수를 밀착 마크하며 수비 업무에 집중했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자신의 진영에서 볼 회수와 수비 가담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파리그에서만 보여준 실리적 접근

토트넘의 이날 경기 운영은 시즌 내내 보여준 스타일과 상반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 2명이 퇴장당해도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는 공격 축구를 고집했다. 이 때문에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1패를 당하며 구단 역대 최다 패배를 기록했고, 현재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다른 접근을 보였다. 올 시즌 모든 운명이 걸린 유로파리그에서 토트넘은 무조건 공격만 하지 않고 때로는 수비적으로 나서는 실리를 택했다. 결승에서도 볼 점유율을 맨유에게 내주면서도 효율적인 공격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케빈 단소, 아치 그레이, 제드 스펜스 등 수비수들을 연달아 투입하며 맨유의 공격을 차단했다. 손흥민이 가세하면서 토트넘은 ‘6백’에 가까운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맨유가 후반 내내 공세를 이어갔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몸을 던져 슈팅을 막고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와 함께 골문을 지켜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성과 우선시

토트넘 SNS 캡처

토트넘 SNS 캡처

시즌 내내 득점과 어시스트 기록 향상에 집중해온 손흥민이 결승에서는 팀 전술에 따라 역할을 조정했다. 개인 공격 기회를 포기하고 팀 우승을 위한 수비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한 개인 성적을 기록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팀의 우승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만 32세, 토트넘과의 계약이 1년 남은 손흥민에게는 중요한 결승이었다. 커리어 첫 우승 트로피를 팀 전체의 전술적 변화를 통해 달성했다.

토트넘의 41년 만의 유럽 트로피는 주요 선수의 역할 조정과 감독의 전술적 판단, 그리고 선수단 전체의 수비 집중이 결합한 결과였다. 공격 중심 축구를 고집했던 팀이 결승 무대에서 보여준 실용적 접근이 우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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