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우도의 연인 “폭싹 속았수다”···고창조·임미영 부부

입력 : 2025.06.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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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일부터 6일까지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은 우도의 오래된 연인, 고창조와 임미영씨 사연을 전한다.

제주도 우도에는 아주 오래된 연인이 있다. 작은 식당을 하는 고창조(64), 임미영(62) 씨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동업자지만, 부부는 모든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다. 농사에 바닷일에 식당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도록 일만 하는 ‘개미’ 아내와 틈만 나면 낚시 갈 궁리만 하는 ‘낭만 베짱이’ 남편. 결혼 37년 차인 부부는 요즘도 매일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과 전쟁’을 찍으며 사는 중이다.

우도 토박이인 창조 씨와 전라도 영암에서 시집온 미영 씨. 결혼 후, 중국집부터 시작해서 카페, 당구장, 횟집, 펜션 등 우도에서 안 해 본 게 없었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사업을 키우려고 전 재산을 투자한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된 부부. 그 충격으로 3년간 우도를 떠나기도 했다.

섬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던 날들이 지나가고, 평온한 봄날이 찾아온 요즘. 혹독한 겨울을 함께 견뎌준 서로가 고맙고 애틋하다. 뜻하지 않은 큰 시련을 겪으며, 뜨거운 청춘의 강을 건너온 두 사람. 이제는 흰머리 성성한 60대가 된 ‘오래된’ 연인을 만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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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에서 시집온 ‘똥군 해녀’

늦은 밤, 태왁을 챙겨 마을회관으로 가는 미영 씨. ‘우도 소라 축제’ 공연을 앞두고 해녀들과 연습이 한창이다. 62세,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해녀들 사이에서는 막내 신세다. 물질을 제일 못하는, 이른바 ‘똥군 해녀’다. 전라도 영암 출신인 미영 씨에게, 남편 하나 믿고 시집온 우도는 모든 게 낯선 곳이었다. 못 알아듣는 제주 사투리는 외국어 같았고, 대상군 해녀였던 시어머니는 물질 못하는 육지 며느리가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단다.

물질은 평생의 어려운 숙제였던 미영 씨. 해녀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소라 축제 날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미영 씨는 무사히 공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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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폭싹 속았수다’

연휴를 맞아 서울에서 직장 생활 중인 자식들이 돌아왔다. 먼 길을 오자마자 바로 식당 테이블부터 닦고, 수저통을 정리하는 고아라(36) 씨와 고차원(34) 씨. 휴가 때마다 일만 하다 가는 남매에게 부부는 미안하기만 하다. 어릴 때도 학교에서 오자마자 식당 일을 도왔던 남매.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잃었을 땐, 제주에 나가 공부하며 용돈벌이부터 살림까지 직접 책임지기도 했단다. 온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 했던 그 시절이 미영 씨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여느 때처럼 바쁜 하루를 보낸 어느 날. 일몰이 아름다운 곳에서 차를 멈춰 세운 미영 씨의 시선 끝에는 3층짜리 근사한 건물이 있다. 우도에 호텔을 짓겠다는 꿈 하나로 벽돌 하나부터 직접 쌓아 올렸던 건물. 이제는 남의 손에 넘어간 건물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17년 동안 늘 피해 다녔다. 오늘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차를 세우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미영 씨.

우도에 그림 같은 호텔을 짓겠다는 부부의 오랜 꿈은 좌절되었지만, 그 아픈 시간은 서로를 더 단단하게 붙잡아주었다. 그리하여 우도의 연인 창조 씨와 미영 씨는 서로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단다. “아꼬운 당신,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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