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영이 9일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라운드 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성공한 뒤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갤러웨이|AFP연합뉴스
“17번홀에서 ‘혹시 여기서 홀인원 하고 마지막홀 버디를 잡으면?’ 하는 상상을 했어요. 그 상상이 현실이 됐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2승의 김세영이 짜릿한 홀인원을 앞세워 숍라이트 LPGA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올 시즌 최고성적을 거뒀다.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로 이날 최고인 6언더파 65타를 친 김세영은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우승자 제니퍼 컵초(미국)에 3타 뒤진 3위에 올랐다.
선두 이일희와 5타 차로 출발한 김세영은 전반에 버디 3개를 기록한 뒤 11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고 선두권으로 솟구쳤다. “이후 ‘아, 혹시 내가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나를 오히려 긴장하게 만든 것 같다. 14번홀 티샷이 오른쪽으로 완전히 밀렸고, 거기서 결국 더블보기를 했다”는 김세영은 “15번홀에서도 보기를 한 뒤 17번홀을 앞두고는 홀인원을 하는 상상을 했는데, 꿈같은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LPGA투어에서 가장 짧은 파3홀인 이 곳에서 김세영이 친 티샷은 그린에 맞고 한 번 튕긴 뒤 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오늘은 티샷 위치가 옮겨져 77m(85야드) 거리였고, 뒷바람이 살짝 부는 가운데 그린 앞쪽에 떨어뜨리기 위해 56도 웨지를 선택했다”는 그는 “공이 홀에 들어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고 밝혔다. 동반자인 지노 티띠꾼과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눈 김세영은 “잠깐 춤을 출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한 홀이 남았고 그래서 참고 침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18번홀(파5)에서도 투 온에 성공해 버디를 낚고 선두권으로 마친 뒤 연장전 가능성을 대비하며 기다렸지만 컵초와 이일희(2위)에 이어 올시즌 최고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T모바일 매치플레이 공동 9위를 넘어 시즌 두 번째 톱10을 거둔 김세영은 상금 11만 9069달러(약 1억 6000만원)를 챙겼다.
2015년 LPGA 투어 신인왕, 2019년 올해의 선수 상을 받으며 2020년 펠리칸 위민스 챔피언십(11월)까지 12승을 몰아친 김세영은 그후 우승을 더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분좋은 마무리를 계기로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LPGA 투어에서 두 번째, KLPGA 투어를 포함하면 3번째인데 홀인원은 항상 짜릿하고 기분이 좋다”는 김세영은 이번 홀인원으로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에 기부금이 전달된다는 말에 “처음 들었는데, 정말 멋지고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