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규 I 연합뉴스
카타르 예비멤버
3년만에 눈부신 성장
이라크전 쐐기골로
득점 공동 1위
“상대팀 흔드는건
오세훈보다 한수위”
주전공격수 경쟁 뚫고
화려한 비상 꿈
북중미행을 확정한 홍명보호는 아직 최전방 골잡이를 찾고 있다. 3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상으로 1년 넘게 그라운드를 떠난 지금, 그 빈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의 경쟁이 뜨겁다.
베테랑 골잡이 주민규(35·대전)가 앞서가던 이 경쟁은 최근 젊은 피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6월 A매치 소집에서 1999년생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2001년생 오현규(헹크)를 소집해 마지막 실험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쿠웨이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에서 눈도장을 찍는 선수는 1년 뒤 본선에서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예비 엔트리로 화제 됐던 오현규다. 당시 손흥민(33·토트넘)의 안와골절을 대비해 대표팀과 동행했던 그는 등번호 없는 27번째 멤버로 훈련만 소화한 채 원정 16강을 응원해야 했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오현규는 물 오른 골 감각으로 당당히 주전에 도전할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오현규는 지난 6일 이라크 원정(2-0 승)에서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짓는 쐐기골을 책임졌다. 3차예선만 따지면 3골로 손흥민, 이재성(마인츠)과 함께 축구대표팀 득점 공동 1위다. 3차예선 7경기를 뛰면서 한 번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투입될 때마다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재주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오현규는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면 단 몇 초를 뛰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쿠웨이트전이 정말 기대된다. 자신있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규는 2024~2025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에서 자신감을 쌓았다. 2023년 스코틀랜드 셀틱에 입단하면서 유럽에 진출한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벨기에 헹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첫 해부터 정규리그에서 9골, 크로키컵에서 3골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주필러리그가 유럽에선 중위권으로 분류되지만 610분을 뛰면서 9골(68분당 1골)을 넣은 것을 감안하면 출전시간 대비 득점 능력이 상당히 탁월하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오현규의 68분당 1골은 주필러리그 전체에서 2골 이상 넣은 선수 가운데 1위다.
그러나 오현규는 자신이 주전으로 뛸 때 더 빛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경쟁 상대인 오세훈을 뛰어넘을 활약을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다. 오세훈이 큰 키(193㎝)를 살리는 공중볼 플레이가 강점이라면, 오현규는 특유의 빠른 발로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능력으로 차별화에 나선다. 오현규는 “우리는 서로 다른 능력이 있는 스트라이커다. 아무래도 내가 더 전진하는 성향이 더 강하다. 상대를 더 흔들 수 있고, (상대에게) 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9번(주전 공격수)은 축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꿈꿔온 일이다. 3년 전 예비엔트리로 끝나는 아쉬움을 겪었던 그는 북중미에서 화려한 비상을 노리고 있다. 오현규는 “(카타르의) 희로애락을 겪은 것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은 준비된 느낌이다. (홍명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