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퀀텀점프, 지금이 ‘골든타임’

입력 : 2025.06.10 14:52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본부장 신영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본부장 신영기

글로벌 경제질서가 급변하고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안보ㆍ경제 자립도 확보를 위한 첨단 전략 산업 진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오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급진적인 기술개발로 산업지형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자국 내 산업 이익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특히 우리나라로서는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며 첨단전략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현재까지 첨단전략산업에 지정된 업종은 반도체ㆍ2차전지ㆍ디스플레이ㆍ바이오 등으로, 해당 법에 따라 이들 종목에는 인허가 신속처리, 킬러규제 혁파, 용적률 완화 등 특례 제공을 규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국에 걸쳐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경기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특화단지, 인천과 경기 시흥의 바이오 특화단지는 각각 투자 규모만 562조, 25.7조에 이르는 대규모 클러스터로 조성 중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성패는 우리나라 국가경제안보의 미래를 가늠할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는 특화단지에 우수 인재와 자본이 신속하게 집결할 수 있는 인프라와 지리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기존 법체계와 국가 성장 전략으로서의 첨단전략산업법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는 점은 아쉽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법(이하 산업집적법)’ 등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의 공장설립과 산업단지 조성에 제약을 두고 있어 국내외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수도권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업 유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법률상 지원수준 자체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 있어 궤를 같이 하는 ‘경제자유구역법’과 비교했을 때 보다 소극적으로 읽힌다. 경자법에서는 외국인투자 기업지원 부분에서 세제혜택 및 조성원가ㆍ수의계약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해 원활한 외투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반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경우, 국내기업에 대하여 인허가 신속처리, 입주기관 행정직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 2024년 ‘Biosecure Act’ 제정을 통해 첨단산업인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5일 ‘핵심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내 자국 의약품 제조 심사를 간소화했고 의약품 관세 부과도 예고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산업 주도권을 쥐고 흔들어대고 있다. 바이오 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앞 다투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검토하는 중이다.

최근 미국의 조지아 주는 ‘현대차 전용 신공항’ 건설을 확정했다. 조지아 주는 공항 건설을 위해 상충되는 사항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효했고, 주 차원의 공항관리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며 기업투자에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에 있어 미국의 산업 가치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단편적인 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는 데 반해 후발주자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 제도적 규제로 인해 국가전략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안보경제 강화를 위하여 야심차게 조성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목적 그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은 매우 뼈아프다.

그러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경자법이 글로벌 산업 환경과 법률의 목적 달성에 효율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인 법률개정을 이뤄온 선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이름 그대로 제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개정을 통해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의 투자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7가지 방안에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대규모 집중 투자방안 마련이 포함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AI 세계 3대 강국 실현’의 일환으로 100조원 민간ㆍ공공 투자 기반 조성 및 K-바이오헬스케어 및 콘텐츠 육성을 약속하면서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지구로서 경기 시흥과 인천의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를 이에 포함했다. 더욱이 기존의 통합투자세약공제와 별로도 새로이 첨단제품에 대해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세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 역시 고무적이다.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뒤처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현재 추진 중인 12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하여 수도권규제를 완화하고 첨단전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것이 급변하는 통상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강력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특화단지가 첨단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에 제 역할을 해 내는 것, 이것이 국가 균형발전의 시작이자 기술주도 시대 지속가능한 성장의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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