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WSL 최다 관중 비결? ‘전략적 마케팅과 팬 데이터 분석’

입력 : 2025.06.11 07:45
아스널-애스턴빌라 WSL 경기 장면. 게티이미지

아스널-애스턴빌라 WSL 경기 장면.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에서 아스널이 또 한 번 새로운 관중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2만9000명을 기록한 아스널은 WSL에서 독보적인 팬 기반을 구축하며 2025-26시즌부터는 모든 홈경기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6만704석)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BBC는 “이는 단순히 경기력을 넘어선 철저한 마케팅 전략과 팬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아스널의 성공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유럽과 전 세계 여자축구 관계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2021년 12월 아스널은 줄리 슬롯을 최고커머셜책임자(CCO)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변화에 착수했다. 슬롯은 과거 경마 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티켓을 단순한 스포츠 소비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재정의했다. 슬롯은 “경마에서는 티켓 한장도 치열하게 팔아야 했다. 여자축구 역시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가족과 함께 즐기는 이벤트로 포지셔닝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도입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계층화된 티켓 가격제다. 조기 예매, 일반 예매, 마지막 찬스 세 가지 가격대로 나눠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경기 패키지 티켓을 도입해 팬들이 단발성이 아닌 반복 관람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또한 아스널은 라디오 광고도 처음으로 시도했다. 주 청취층인 부모 세대를 겨냥한 이 전략은,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주말 활동으로 ‘여자축구 관람’을 제시하며 예상 이상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슬롯은 단순히 관중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경기장을 찾는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병행했다. 2022-23시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방문자 중 61%는 처음 온 관중이었고, 2023-24시즌에는 전체 구매자 중 49%가 35세 이하였다. 여성 관중의 비율은 2021-22시즌 47%, 2022-23시즌 48%에서 2023-24시즌 57%로 증가했다. 같은 시즌 남자팀 경기 여성 관중 비율은 평균 1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남녀팀 모두를 응원하는 팬 비율이 약 25%에 달하고, 18세 미만 비율도 2022-23시즌 2%에서 2024-25시즌에는 약 5%로 늘었다. 이 중 75%가 여학생으로, 차세대 여성 축구 팬층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슬롯은 “프로 선수들이 뛰는 경기인 만큼, 무료 배포보다는 적정 가격을 매겨 팬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스널은 시즌 조기예매 기준으로 일반 성인 티켓 가격을 13.5파운드(약 2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해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스널은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과의 맞대결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토트넘이 WSL 상위권 팀은 아니지만, ‘아스널 vs 토트넘’이라는 전통적 더비 구도가 관중들에게 익숙하다는 점을 노려 지역사회 중심의 홍보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2022-23시즌 WSL 역대 최고 관중인 4만7367명, 2023-24시즌 6만50명, 2024-25시즌 5만6784명이 모였다. 슬롯은 “1회의 매진보다 지속적인 평균 관중 확보가 훨씬 중요하다”며 “우리는 일시적 붐이 아닌 지속 가능한 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널은 WSL 우승과는 6년간 인연이 없었지만, 마케팅 전략과 팬과의 접점 확대를 통해 경기 외적인 성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구단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성적까지 따라왔다. 슬롯은 “우리는 단순한 유행이나 운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유로2022의 붐을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그 이후에도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며 “이 경험을 타 구단들과도 공유하고 있으며, WSL 전체가 여자축구 성장에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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