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35일”…하루 110㎞씩 달린 사나이

입력 : 2025.06.11 07:56
윌 구지가 지난 5월19일 호주 대륙횡단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윌 구지가 지난 5월19일 호주 대륙횡단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PA

2,387마일(약 3841㎞), 하루 평균 110㎞.

영국 출신 울트라 러너 윌 구지가 지난 5월 19일 호주 대륙을 35일 만에 횡단하며 새로운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퍼스를 출발해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 도착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선 정신적 투쟁이었다.

구지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9일은 악몽의 연속이었다”며 “잠을 자도 쉰 느낌이 들지 않았고, 눈을 감아도 환각과 같은 몽롱한 상태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한낮 작열하는 햇볕과 텅 빈 아웃백을 달리면서도 그는 ‘감옥에 갇힌 듯한’ 폐쇄감을 느꼈고, 그 감각은 밤이면 더욱 강해졌다.

그러나 10일째 되는 날, 그의 몸은 조금씩 적응을 시작했고, 고통은 여전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정신이 나아졌다. 그리고 끝에서 그는 마침내 “5일간의 좋은 날”을 맞았다.

구지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 아버지가 건넨 시리얼과 블랙커피로 하루를 여는 그는 코치에게 발 마사지를 받고 테이핑을 마친 뒤 어둠 속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하루 여정을 11㎞ 단위로 나누고, 그때마다 고칼로리 식사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파스타, 샌드위치, 스무디, 요거트… 때로는 케이크도 먹었다. 저녁이 되면 샤워 후 동료들과 식사를 함께 했고, 가끔은 맥주 한두 잔을 곁들이며 ‘정상적인 일상’을 의식적으로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몸은 점점 한계에 다가갔다. 발가락은 계속 터졌고, 아킬레스건은 두 배로 부어올랐으며, 오른쪽 정강이 통증과 발목 부상도 겹쳤다. 구지는 “몸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이 도전은 육체보다 정신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도중 체중이 10㎏ 이상 빠졌고, 도전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난 뒤에도 “발은 여전히 심하게 부어 있고 보기 흉하다”고 밝혔다.

그가 이처럼 혹독한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는 2018년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연결돼 있다. 그는 본다이 해변에 도착한 날, 어머니를 기리는 꽃다발을 바다에 띄우며 도전을 마무리했다. 그는 “어머니가 암과 싸우는 걸 곁에서 봤다. 나는 자발적으로 고통을 선택한 사람일 뿐”이라며 “그 기억 덕분에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늘 어머니가 옆에 계신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직 럭비 선수이자 모델인 구지는 일반적인 울트라 러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근육질 몸매, 인스타그램 팔로워 25만명, 호화로운 생활 사진들 등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찬사와 의심이 교차한다. 그의 놀라운 페이스와 심박수 데이터를 두고 일부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조작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육상 칼럼니스트 윌 코커렐은 구지의 미국 횡단 도전 당시 그를 직접 찾아가 ‘워치 뮬링(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적 증거는 없었고, 구지는 “어머니의 죽음을 이용해 거짓말을 한다는 말은 끔찍하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비판 중 하나는, 구지의 단독 도전 기록이 실제 울트라마라톤 대회 성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최고 성적은 2023년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모압 240’ 대회 11위. 구지는 “이젠 대회에서도 진지한 경쟁자로 인정받고 싶다”며 “단순히 기록을 세운 사람을 넘어,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구지는 공식 기록 인증을 위해 구니스월드레코드에 증빙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다가오는 8월 아이슬란드에서의 팀 이벤트 외에, 새로운 대륙 횡단 계획은 없다. 그러나 그는 “이런 도전 속에서 어머니와의 연결감이 너무도 깊다. 아마 언젠가 또 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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