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쓴 대통령 매뉴얼 ‘대통령의 혀’…“맛·말의 혀, 그렇게 혀”](https://images.khan.co.kr/article/2025/06/11/news-p.v1.20250611.30a9a0902a804d5282e7323d43409afe_P1.jpg)
왜 정치인은 선거 때 어묵과 떡볶이를 먹을까? 왜 청와대 회담에는 한우 갈비와 비빔밥이 올라갈까? 왜 일본은 독도새우 메뉴에 발끈할까? 왜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당일에 혼밥을 했을까? 왜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 냉면집 장사가 잘될까? 왜 언론은 정상회담의 메뉴에 대해 시시콜콜 평가할까? 만찬 테이블 메뉴, 식순, 메뉴에 얽힌 스토리에는 정치적 신경전이 숨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만찬을 기획했고, 정상회담의 메뉴가 등장할 때마다 언론으로부터 메뉴 평가를 요청받던, ‘까칠한’ 평론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이번에도 맛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는 맛으로 풀어내는 정치 이야기, 맛깔진 정치 이야기다!
이제 이승만의 혀, 박정희의 혀, 김영삼의 혀, 김대중의 혀, 노무현의 혀, 이명박의 혀, 박근혜의 혀, 문재인의 혀 그리고 윤석열의 혀를 주목하자. 그들이 주요 만찬이나 회담에서 음식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현장을 보자.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해 나온 스토리를 들어 보자.
‘대통령의 혀’는 음식을 소재로 대한민국 외교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권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음식이 어떤 맥락으로 외교와 정치의 물꼬를 텄는지 현장감 있게 설명한다. 당신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음식은 고도의 정치적 수단이며, 대통령의 입맛과 정치는 매우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것을.
책속에 뭐가 있나 밝‘혀’
“오늘 뭐 먹지?=이번 선거에 누구 뽑지?”
음식이 정치이고, 정치가 음식이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이 질문을 안 해 본 사람은 없다. 물론 해답은 각기 다르다.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해결하는 사람, 직접 차려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시원한 음식만 찾는 사람, 쌀밥만 식사로 치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런데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어떤 행동과 매우 닮았다. 바로 ‘투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누구를 선택한다는 것과 같기에, 자신의 취향과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행위이기에 똑 닮았다.
이러한 관심은 언론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그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느 식당을 즐겨 찾았는지에 대한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대통령이 만찬을 주재할 때 어떤 음식이 올랐는지에 대해서도 기사는 꼭 나온다. 언론도 알고 있다. 정치와 음식은 한 몸이란 것을.
우리에게 주어지는 음식의 양과 질은 대체로 정치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음식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나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본문 중, 윤석열에 얼굴 붉‘혀’
물론 미식가라고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한다고 정치를 인스턴트처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대통령이 이에 해당되는지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먹이는 음식이 되고, 음식은 정치가 되고…음식을 먹는 것은 고도의 정치 행위다.
1장 “윤석열을 보내며”에서는 윤석열의 공수처 체포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에 아직 왕당파의 흔적이 남았음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살펴 볼 대한민국 대통령의 밥은 ‘왕당파의 밥’ 혹은 ‘공화파의 밥’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음식을 추적하면서 저는 여러 대통령의 음식에서 왕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국가권력이 자기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대통령의 음식이 그랬습니다. 공화국의 선출된 공무원이고자 했던 대통령의 음식에서는 그냥 보통 인간이 먹는 음식의 냄새가 났습니다. 원고를 다 써놓고 나니까 해방 이후 우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여러 정치적 격변의 근원적 이유를 조금 알 듯하였습니다.”
음식에 관한 역대 대통령의 ‘혀’
2장 “먹이가 아닌 밥에 대해”에서는 먹이가 음식으로 변화하는 데 얽힌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을 설명하면서, 인간은 ‘누군가와 밥을 먹어야 하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이들과의 의견을 조절하고,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은 ‘혼밥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4장 “대통령의 혀”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에 얽힌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정치를 비교하고 평가한다. 양식 먹는 임금님 이승만, 낮술과 밤술이 다른 박정희, 칼국수의 상징이 된 김영삼, 정치 먹방 원조 김대중, 동네 라면 아저씨 노무현, 배고픈 이명박, 시장의 여왕 박근혜, 냉면을 사랑한 문재인, 김치찌개 끓이는 짜장 윤석열 등.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 우리가 삽니다만,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 음식이 세계인에게 더 크게 사랑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공화국은 국민의 나라임을 확인시켜 준 한국인이 세계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며, 매력적인 한국인이 먹는 K-푸드도 매력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정치적 부침이 있었음에도 ‘K-’라는 수식어로 한국의 문화는 주목받고 있다. 문화 중에서도 가장 침투력과 영향력이 강한 것이 음식임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음식 그리고 정치에 달려 있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음식 책이 아니다. 음식 책을 가장한 대통령 매뉴얼이며, 국가의 흥망을 점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 황교익은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농민신문사 기자였으며,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으로 지리적표시제와 지역 공동 브랜드 컨설팅을 하였습니다. 맛 칼럼니스트로 ‘미각의 제국’,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등의 책을 썼습니다.”
밥으로 엮은 대한민국 대통령사
음식이 정치에 영향을 줄 것이 별로 없을 수는 있겠지만, 내 앞의 음식은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음식의 양과 질은 대체로 정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음식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으나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밥은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