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귀궁’에서 여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킹콩 by 스타쉽
배우 김지연과 나눈 SBS 드라마 ‘귀궁’에 대한 인터뷰는 힘든 에피소드로 시작해 힘든 에피소드로 진행되다, 힘들었다는 소감으로 끝났다. 그만큼 7~8개월여의 촬영은 김지연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이런 고생이 고생으로 끝났다면, ‘아픈 추억’이었겠지만 ‘귀궁’은 첫 회부터 전국 시청률 9%대에서 시작해 마지막회까지 10%대를 유지하며 11%로 막을 내려 뿌듯함을 안겨줬다. 촬영하면서 “다시는 이런 작품을 안 할 거야”라고 다짐하던 그에게도, 결국 좋은 성적은 “같은 도전을 또 해볼까?”라는 긍정의 의미로 남았다.
“제가 원래 현실적인 느낌의 작품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 인물이라면’하는 생각으로 대입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사람 김지연’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장르가 바로 판타지에요. 제 인생영화가 ‘해리포터’고요. ‘아바타’에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역시 ‘삼체’나 ‘블랙미러’ 등 판타지 설정이 포함돼 있었죠. 걱정이 많았지만, 육성재씨가 그만큼 도움을 줬고 저를 빼고 연기하려 애썼어요.”

SBS 드라마 ‘귀궁’에서 여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킹콩 by 스타쉽
김지연은 ‘귀궁’에서 애체(안경) 장인이자 신이 몸을 빌려 쓰는 영매 여리 역을 맡았다. 복잡한 설정이긴 하지만 무당? 무녀의 느낌으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온갖 한국 전통귀신들의 쇼케이스였던 ‘귀궁’에서 여리는 이무기가 강철이 빙의한 윤갑(육성재)과의 로맨스와 자신의 몸을 노리는 팔척귀(서도영)의 마수를 견뎌야 하는 여러 중책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전북 부안, 경북 영주, 전남 해남, 경남 하동 등을 많이 다녔는데, 사실 ‘조선변호사’를 하면서 예쁜 궁을 많이 봤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귀신이 등장하고 훨씬 음산한 배경이 많아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문경새재가 예뻤는데 그렇게 산 속 깊이 가는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 여름엔 벌레, 겨울엔 추위…. 말도 못 했죠.”(웃음)
거기에 무녀로서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독경을 집 냉장고, TV 옆에 붙여 놓고 달달 외웠다. 방울 등 무구를 집에 가져다 놓고 몰입했으며, 굿을 하는 장면에서는 한국무용을 미리 배워 쓰기도 했다. 무엇보다 CG(컴퓨터그래픽)로 가상의 존재를 마주하는 연기는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올 정도로 어려웠다.

SBS 드라마 ‘귀궁’에서 여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출연장면. 사진 SBS
“더러운 물에 들어가는 장면도 있었고, 오징어 먹물을 맞는 장면도 있었죠. 현장이 열악하다 보니 잘 모르는 상대 배우였다면 힘들 수 있었는데, 육성재씨와는 연습생 시간도 함께 할 정도로 오래 친했어요. 그래서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육성재와 김지연은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냈다. 육성재에게 사극은 처음이었고, 김지연에게는 판타지는 처음이었다. 서로 전문인 분야가 있었기에 둘은 더욱 의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촬영 대기시간에는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면 뭐할 거야?” “이따 저녁 뭐 먹을 거야?”라고 힘든 상황을 하소연하는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오니 기분은 너무 좋았어요. 첫 방송을 보고 시청률이 9% 넘게 나왔는데, 처음에는 잘못 나온 줄 알았다니까요. 시청률이 나오는 TV 드라마를 한지 오랜만이라 심장이 쿵쾅대는 느낌이 있었죠. 시즌 2요? 음…. 고생은 했지만 불러만 주신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SBS 드라마 ‘귀궁’에서 여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출연장면. 사진 SBS
2016년 우주소녀로 데뷔한 김지연은 바로 이듬해인 2017년 KBS2 ‘최고의 한방’에 출연하면서 연기 겸업을 시작했다. ‘란제리 소녀시대’ ‘오! 삼광빌라’ 등을 거쳐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펜싱선수 고유림을 연기하면서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조선변호사’ ‘피라미드 게임’ ‘귀궁’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은 시청자에게 ‘신뢰’의 다른 이름으로 쌓였다.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주체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요. 결국 작품을 하다 보니 장르에 한계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제가 안에서 찾아 쓸 수 있는 캐릭터를 해왔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느낌을 드린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하는 시작점이에요. 또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벌써 우주소녀가 내년이면 10주년이다. 김지연은 “10년 동안 드라마 9개와 앨범 10개를 냈다”며 새삼스러워했다. 20대 초반 데뷔 때 30대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른이 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자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됐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들지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크다.

SBS 드라마 ‘귀궁’에서 여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지연. 사진 킹콩 by 스타쉽
“차기작(내부자들) 촬영이 있어요. 올해는 아마도 이걸로 시간이 다 갈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사람과 직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촬영을 하니까 촬영을 잘하는 게 목표가 되는데. 아무래도 인간으로서의 목표는 생각하지 않게 돼요. 지금은 그저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