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한국 배준호가 수비를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플랜 A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보다 어린 선수들이 대거 선발 출전한 쿠웨이트전에서 4-0 대승을 이끌며 기존 선발 선수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과시했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홍명보호는 7명의 선발을 교체했다. 오현규(24·헹크), 배준호(22·스토크 시티), 이한범(23·미트윌란) 등이 선발로 나섰고,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주로 후반 교체 자원으로 활용됐던 원톱 오현규는 선발 출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하며 타깃맨 스타일의 오세훈(26·마치다 젤비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후반 9분 배준호의 헤더 연결을 받아 터닝슛으로 마무리한 득점과 함께 지속적인 뒷공간 침투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손흥민(33·토트넘) 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출전한 배준호는 다소 부족한 스피드를 뛰어난 피지컬로 상쇄하며 연결 플레이에서 탁월함을 보였다. 후반 6분 이강인의 선제골과 후반 9분 오현규의 득점을 도왔다.
신예 센터백 듀오인 이한범과 김주성(25·서울)은 준수한 후방 빌드업과 전진성을 보여줬다. 후반전 풀백과 센터백을 모두 소화하는 박승욱(28·김천 상무)과 함께 공격적인 백스리를 운영하면서 상대 공세를 무력화했다.
2번 포트 vs 젊은 피, 홍명보의 선택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홍명보 한국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의 이번 선택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현재 한국의 피파랭킹은 23위로 12월 월드컵 조 추첨에서 2번 포트와 3번 포트 경계선에 있다. 상위 포트에 진입할수록 조별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져 16강 진출이 수월해진다.
검증된 주축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해 확실한 결과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홍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조 추첨을 위한 랭킹 관리와 젊은 선수 기용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홍 감독은 후자에 무게중심을 뒀다. “다가오는 평가전 경기 결과가 중요하지만, 오늘 같은 경기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며 차세대 육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우리 팀의 베스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지만, 이들을 보완할 수 있는 강력한 젊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톱’부터 백스리까지, 훨씬 다양해진 선택지
이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홍명보호의 전술적 선택지를 늘려준다. 배준호의 경우 손흥민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손흥민을 중앙으로 올려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할 때 배준호가 왼쪽에서 버텨주면서 지원 사격을 해줄 수 있다.
김주성과 이한범은 양발을 자유롭게 써 대표팀 부동의 센터백 김민재(29·바이에른뮌헨)를 축으로 한 백스리 운용 시 핵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 3명의 센터백으로 중앙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전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이한범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새로 합류하면서 경기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의외로 우수했다”며 “플랜 B 준비도 예상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완전한 플랜 A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김 위원은 배준호는 볼 소유 시간 단축이, 오현규는 빠른 패스 연결과 키핑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신예 센터백 듀오는 패스 타이밍과 공간 활용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짚었다.
홍 감독은 “1년 후 선수들의 상황은 예측 불가능하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축적해야 하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월드컵까지 1년을 잔여한 시점에서 홍명보호는 기존 주축 선수들의 노련함에 차세대 선수들의 패기를 결합한 새로운 팀 구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조 추첨에서의 유리한 포트 확보와 차세대 선수 육성이라는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