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스포츠IN

베테랑 손흥민의 환한 미소

입력 : 2025.06.11 14:23 수정 : 2025.06.11 14:34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라크 원정에서 뛰지 못해도 손흥민(토트넘) 표정은 밝았다. 월드컵 본선행을 직접 결정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그는 뒤로 물러서 후배들을 응원했고 웃는 표정으로 함께 훈련했으며 후배들이 넣은 골에 박수를 보냈다. 이라크전 승리로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은 순간, 손흥민은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손흥민은 여전히 환한 얼굴이었다. 아시아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전에서도 손흥민은 처음에는 벤치를 지켰다. 동갑내기 이재성과 함께 앉아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화면에 잡혔다. 리저브로 밀린 데 대한 불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내내 손흥민은 후배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손뼉치며 좋아했다.

손흥민은 4-0으로 앞선 후반 30분 투입됐다. 어느 때보다 힘겹게 치른 프리미어리그, 프로선수로 갖고 싶은 첫 번째 우승컵(유로파리그)을 향한 집중력, 그에 앞서 다친 발 부상, 리그에서 팀과 개인이 똑같이 겪은 부진과 주장으로서 책임감, 1년 내내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도. 그래도 손흥민은 뛰고 싶었고 홍명보 감독은 그를 배려했다. 손흥민은 골을 넣지 못했지만 4-0으로 승리하는 기쁨을 그라운드에서 만끽했다.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자기만의 플레이를 펼쳤다”며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잘해줘 자랑스럽고 대견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이 부담감없이 그라운드를 밟은 것도, 자신이 골을 못넣어도 경기 후 웃을 수 있는 것도 후배들이 앞서 넣은 멀티 골 덕분이었다.

손흥민이 10일 밝은 표정으로 쿠웨이트전에 출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손흥민이 10일 밝은 표정으로 쿠웨이트전에 출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손흥민은 만으로 33세다. 전성기를 찍은 뒤 내리막길에 있는 베테랑이다. 내년 월드컵이면 34세. 자기 컨디션 관리도 쉽지 않은 나이다. 축구는 혼자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다. 리오넬 메시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단한 수퍼스타라고 해도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누구도 대업을 이룰 수 없다. 메시도 뛰어난 동료와 후배들이 있었기에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호날두도 출중한 후배들이 있었기에 이번 네이션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후배들이 넣은 골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다. 그 골들은 미래를 향한 신호며 새로운 시대의 문을 두드리는 힘찬 발걸음이다. 젊은 피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손흥민의 미소는 더욱 환해지고 한국 축구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내년 월드컵에서 지금 20대 초반 선수들이 세계 강호들과 맞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싸울 때, 그 때 손흥민이 품어온 큰 꿈이 실현될 수 있다. 도전하는 어린 선수들의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는 내일을 밝힐 불빛이다. 지금까지 손흥민 뒤를 따라온 후배들이 손흥민 옆에서, 때로는 앞에서 뛸 때 비로소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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