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새 수목극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포스터. 사진 KBS
촬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악재가 생겼다. 첫 방송을 하기 전부터 사과부터 해야 했다. 호재보다는 오명을 먼저 썼던 드라마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까.
KBS2 새 수목극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이하 남주의 첫날밤)가 11일 첫 방송에 앞서 같은 날 드라마의 첫선을 보이는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하지만 보통의 제작발표회와 달리 사과가 가장 먼저 나왔다.
연출을 맡은 이웅희 감독은 “저희가 무조건 잘못한 게 맞다”고 고개를 숙였고, 옥택연과 서현 등 주연배우들도 “죄송하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권한솔(왼쪽부터), 옥택연, 서현, 서범준, 지혜원이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수목극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이유는 지난해 연말 벌어진 촬영장의 문화재 훼손 사건 때문이었다. ‘남주의 첫날밤’은 지난해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에서 야외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12월30일 민서홍 건축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스태프가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된 만대루의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스태프에게 물었으나 스태프는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고 나섰고, 확인 결과 안동시는 문화재에 못을 박아도 된다는 허락은 하지 않았다. 결국 이 파문은 경찰 조사로까지 퍼져 스태프 3명이 문화유산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자리는 아직 경찰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이웅희 감독은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저희가 무조건 잘못한 게 맞고, 관련 촬영분 역시 폐기했다”며 “KBS 차원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해 문화유산 가이드라인을 정비했다”고 말했다.

배우 옥택연과 서현이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수목극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KBS
그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했다. 드라마가 시청자들께 활력과 기쁨을 드려야 하는데 안 좋은 소식을 듣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연배우들도 말을 보탰다. 이번 역의 옥택연은 “이번 사건으로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문화재 보호의 경각심을 알게 됐고 재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드라마 시작 전부터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됐다. 과정의 문제는 차후에 해결하고 찍었던 부분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차선책 역 서현 역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어떤 촬영장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웅희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 웨딩홀에서 열린 KBS2 새 수목극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BS
이러한 악재로 시작한 ‘남주의 첫날밤’은 전작 ‘킥킥킥킥’과 ‘빌런의 나라’ ‘24시 헬스클럽’까지 1%대 시청률에 그치고 있는 KBS 수목극 시간대의 명예회복에도 나서야 한다. 이 감독은 “작품을 하면서 연출 역시 본인의 작품을 주로 생각하기에 다른 작품 신경을 못 쓴 것도 맞다”며 “그래도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한 만큼 잘 따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남주의 첫날밤’은 ‘24시 헬스클럽’ 후속으로 편성된 KBS2 새 수목극으로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든 사극 속 병풍조연이 갑자기 세계관 최강자인 남자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과연 거듭된 악재로 힘겨운 출발을 앞둔 작품이, 말 그대로 ‘작품성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드라마는 11일부터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50분 KBS2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