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플러스유외과 권민지 원장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자연스러운 전환기다. 평균적으로 50세 전후에 폐경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경이 이뤄지면 난소 기능이 소실되며 여성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신체적·정서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대표적으로 안면홍조, 수면 장애, 피로, 관절통, 우울감, 성욕 감퇴 등이 있는데 이를 흔히 갱년기 장애라고 부른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보충 요법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호르몬 보충 요법은 폐경기 증상 완화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 부족해진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면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같은 증상이 크게 호전되며 피부나 점막의 건조감, 우울감 등도 개선될 수 있다. 나아가 골밀도 유지에도 도움을 줘 골다공증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치료의 이면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 유방암 발생률 증가에 대한 우려는 호르몬 보충 요법의 장기 시행을 망설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이유다. 지난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의 WHI 연구 발표 이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병합한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이후 호르몬제 사용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의 여러 연구들도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서도 약 45만 명의 폐경 여성들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에서 5년 이상 여성호르몬을 복용한 경우 유방암 발생률이 7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전체 여성 중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통계적 가능성이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연간 수 명 정도의 차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 직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고자 하는 여성이라면 정기적인 유방검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예방적 의미뿐만 아니라 치료 도중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다.
유방검진은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 6개월 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를 병행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에 도움이 된다. 유방 밀도가 높은 동양 여성에게는 유방초음파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자가진단 또한 유효한 방법이므로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피부나 유두 함몰 등의 변화가 있을 경우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검사상 유방의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 호르몬을 복용하지 않는 여성들 보다 좀 더 정밀하고 빠른 조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호르몬 치료 전 유방암 가족력이나 고위험군 여부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산부인과가 아닌 유방외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치료 방향을 신중하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삼성플러스유외과 권민지 원장은 “호르몬 치료는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 효과만큼이나 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유방 건강은 호르몬 요법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여성호르몬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 예정이라면 반드시 경험 많은 유방외과 전문의에게 유방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