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항문통증의 대명사는 치질 아니면 직장암이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도 없이, 나아지지 않는 항문통이나 직장통은 해결 방법이 없어 당사자로선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에 ‘항문거근증후군’(肛門擧筋症候群, Levator Ani Syndrome)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직 역학적 통계는 없지만 전 인구의 약 15%가 평생에 한번은 겪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항문거근증후군은 골반과 항문, 장기 등을 지지하고 항문의 개폐를 조절하는 항문거근(항문올림근)에 경련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 이를 항문거근경련(Levator spasm)이라고도 한다.
이를 정식 병명으로 인정하지 않는 의학자도 많아 ‘항문불편감’ ‘만성직장통’ ‘미골통’ 정도로 호칭하기도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항문불편감’은 막연하고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적당하지 않고, ‘만성직장통’은 일과성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내지만 역시 개념이 모호하고, ‘미골통’은 꼬리뼈(미골) 근처의 통증을 말하므로 이 또한 적합하지 않은 호칭”이라고 말했다.
항문거근증후군에서 항문거근의 연축은 일반적으로는 배변과 관련 없는 통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통증은 통상 30분 이상 지속된다. 직장 내 통증은 짧고 격렬하거나 모호한 아픔이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일상시간 중에 나타나면 참기 어렵고, 수면 중에 나타나면 잠에서 깰 수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방귀나 배변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심 원장은 “30분미만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통증의 형태는 다양해서 아직 정립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치 항문에 무언가 끼어 있는 또는 빠질 것 같은 느낌, 잔변감, 화끈거림 등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게 항문거근증후군의 특징”이라며 “직장수지검사로 항문거근을 촉진했을 때 통증이 느껴지면 항문거근증후군, 이 검사로 이렇다 할 통증이 없다면 ‘일과성 항문통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치질은 출혈이 보이고, 항문 주변에서 탈출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반면 항문거근증후군은 출혈을 일으키지 않으며 덩어리가 잡히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관건은 치료, 그러나 아직은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다. 진통제, 근육이완제, 신경안정제, 항염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면서 온수좌욕과 근육운동(바이오피드백) 등 보존적 치료를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심 원장은 “약물치료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장기 사용시 부작용이 우려되며, 서구에서 흔히 시행되는 바이오피드백 요법은 실천하기에 환자의 인내와 시간이 많이 소요돼 번거롭고 실제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온수좌욕은 치질 예방에, 바이오피드백은 변비 개선에 유익하므로 고려할 만한 방법이다.
서구에서 널리 쓰이는 물리치료 방법 중 전기자극치료는 상당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심 원장은 “전기자극을 항문거근에 가하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근육연축(경련)이 완화되고 항문거근증후군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가 고안한 최신 전기자극치료의 일종인 ‘엘큐어리젠요법’이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이 치료는 일반 전기자극보다 약 10배 높은 고전압 미세전류를 피부 아래 깊숙이 흘려보내 과도한 수축을 유발하는 또는 기능이 저하된 항문거근의 세포에 전기자극을 가한다. 그 결과 항문거근이 이완되는 것은 물론 세포가 부활하고, 손상된 근육-신경 접합부의 기능이 회복이 촉진돼 항문불편감과 통증을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한다.
심 원장은 “항문거근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치질처럼 구조적인 문제나 배변 기능 이상을 초래하지 않지만 당사자에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게 만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전기자극치료 등 적합한 물리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