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훈. 빅픽처이앤티
SBS 금토드라마 ‘귀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6부작이라는 긴 여정의 끝에서, 왕의 무게와 원한귀의 광기를 모두 품은 그의 모습은 작품을 넘어 배우 김지훈의 진가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요즘엔 16부 드라마가 참 길게 느껴지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저 역시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촬영 내내 진심을 다했으니까,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길 바랐는데 다행히 큰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열린 SBS 금토드라마 ‘귀궁’ 종영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지훈은 맡은 역할 ‘이정’에 인간 김지훈의 감정과 고민을 온전히 녹여내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저한테 왕이라는 역할은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삶만 신경 쓰면 되지만, 왕은 한 나라와 백성을 책임지는 자리잖아요. 더군다나 이정이란 인물은 원한에 사무친 귀신과 맞서야 했으니, 다른 왕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진 셈이죠. 그래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팔척귀’에 빙의되는 장면은 연기자로서도 큰 전환점이 됐다. 단순히 악역이나 괴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광기와 한(恨)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지훈은 목소리, 표정, 몸짓까지 모두 극한의 에너지를 실어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팔척귀 연기를 할 때는 평소 내던 목소리가 아니라, 내장 깊은 곳에서 원한을 끌어올린 듯한 소리를 내려고 했어요. 인간이 아니라 원혼들이 뒤섞여 있으니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갈라지고, 톤도 달라졌죠. 팔척귀가 빙의됐을 땐 그만큼 에너지가 두 배로 들더라고요. 끝까지 그 감정을 붙잡으려 하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정말 고되고 힘들었어요.”

SBS 금토드라마 ‘귀궁’

SBS 금토드라마 ‘귀궁’
이정과 팔척귀, 두 얼굴을 오가는 연기 속에서 감정 소모도 극에 달했다. 대본에 없던 눈물이 터져 나온 순간도 적지 않았다. 김지훈은 인간의 고독과 위로, 그리고 연기에 임하는 진심을 솔직하게 전했다.
“감정이 늘 극단에 처해 있다 보니, 연기하면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본에는 없던 장면인데, 왕으로서의 신념과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순간의 위로가 너무 크게 다가왔거든요. 원피스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남자들끼리 우정과 위로를 해주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 것들에서 공감대를 느끼며 연기를 했어요.”
현장에서는 체력적 한계가 매일 찾아왔다. 긴 촬영과 고강도 분장, 감정 소진이 겹치며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지훈은 특별히 체중을 감량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야위어 갈 만큼,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워낙 촬영이 고됐고, 왕과 팔척귀 모두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운동할 힘도 없이 매 장면에 집중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체력이 바닥나더라고요. 그만큼 완전히 몰입해서 연기했고, 극한의 분노와 원한을 표현할 땐 저도 모르게 모든 감정이 분출됐죠. 그렇게라도 팔척귀의 원한이 잘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에요.”
연기자로서 인기를 실감한 순간은 길거리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이 알아봐주며 ‘귀궁’의 왕 캐릭터를 떠올렸고, 김지훈은 이번 역할이 남긴 강렬한 인상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길을 다닐 때마다 ‘귀궁’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팔척귀가 어땠냐고 물으시고, 왕의 모습에 대해 얘기해주시니까 저도 놀랐어요. 예전에는 이전 작품들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현재 방영 중인 ‘귀궁’ 얘기를 더 많이 해주셔서 감개무량했죠.”

SBS 금토드라마 ‘귀궁’

SBS 금토드라마 ‘귀궁’
배우로서 느끼는 소회 역시 남달랐다. 그를 흔들림 없이 지탱해준 힘은 바로 ‘후회 없는 몰입’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전했다.
“종영하고 나니, 방송 시간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집된 장면도 있고, 내가 애써 준비한 감정들이 그대로 다 담기지 못한 게 조금은 허무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인스타그램이나 피드백을 보면 많은 분들이 진심을 알아주신다는 걸 느껴요. 그런 응원과 공감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긴 촬영을 마친 뒤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운동을 시작했다는 소소한 근황도 들려줬다. 배우라는 직업이 오래할 수 있지만, 선택받아야만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과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
“사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운동도, 일상도 쉬엄쉬엄 하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해요. 배우는 선택받아야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 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긴 호흡 속에서도 한 번 더 나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끝으로 그는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알파치노 같은 배우들이 80대까지 연기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나이까지 연기할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