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도, 감독도 항상 사고치는 광주

입력 : 2025.06.13 11:51 수정 : 2025.06.13 12:54
이정효 광주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광주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FC가 프로축구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부실한 구단 운영으로 다른 구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반복되더니 사령탑까지 끊임없는 구설수에 오른 탓이다. 구단과 감독이 지난 12일 프로축구연맹 제4차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나란히 징계를 받은 것은 촌극에 가깝다.

광주는 이번 상벌위원회에서 K리그 재정 건전화 규정을 위반해 제재금 1000만원과 선수 영입 1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선수 영입 금지 징계는 2027년까지 집행이 유예됐지만 2027년까지 자본잠식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올해 초 제출한 재무개선안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징계의 효력이 발생한다.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가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출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일 광주FC 대표이사가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출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에서 재정 건전화 규정을 어긴 구단이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것도, 징계를 받은 것도 광주가 처음이다.

광주는 지난해에도 수입을 과대 계상한 예산안을 제출했다가 재무위원회에서 예산안 승인이 부결된 뒤 여름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재무위원회의 우려대로 광주는 지난해 약 2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고, 상벌위원회에서 재차 징계를 받게 됐다.

K리그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 기준 제11조에 따르면 재정 건전화 규정 및 세칙을 위반할 경우 경고와 제재금 부과, 승점 감점, 선수 영입 금지, 하부리그 강등 조치의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구단과 감독들은 연맹이 광주에 내린 징계가 솜방망이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재정 건전화 규정은 결국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해 K리그 전체를 건강하게 바꾸자는 의도”라면서 “모든 구단들이 이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광주는 반칙을 했다. 연맹은 왜 반칙을 저지르는 광주를 봐주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맹 관계자는 “재정 건전화 규정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도우려는 의도로 봐달라”고 말했다.

광주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반복되고 있는 사건사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는 최근 아사니의 연대기여금 미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10여명의 선수를 영입해 최근까지 경기를 치르는 대형 사고를 쳤다. 부정 선수라 볼 수 있는 이들이 뛴 경기는 모두 몰수패 대상이다. K리그 뿐만 아니라 8강까지 진출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올해 5경기(리그 스테이지 2경기·토너먼트 3경기)도 포함되어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고의성이 없는 행정적 실수라며 감싸안았지만, 이 부분은 협회 역시 FIFA의 징계 공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광주의 선수 등록을 받아준 원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 광주를 상대한 각 구단들이 프로축구연맹에 몰수패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게 K리그의 전체의 민심을 짐작하게 만든다. 광주시의회에선 구단을 기업에 매각하거나 공동 운영하는 등 근본적인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때 K리그의 자랑거리였던 이정효 광주 감독도 할 말은 없다. 이 감독 본인도 이날 상벌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 감독이 울산 HD와 K리그1 16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주심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 주심이 경기를 맡을 때마다 부상이 발생한다”고 말하면서 상벌위원회를 자초했다. 선수 보호의 필요성을 강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심판을 비방했기에 징계는 불가피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왼쪽)이 지난 5월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김천 상무전에서 하프타임 오후성을 강하게 밀치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장면 캡처

이정효 광주 감독(왼쪽)이 지난 5월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김천 상무전에서 하프타임 오후성을 강하게 밀치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장면 캡처

이 감독은 불과 한 달 전인 어린이날, 하프타임에 소속 팀 선수를 강하게 밀치는 추태를 벌이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관중이 보는 앞에서 선수에게 노골적으로 망신을 준 이 행동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프로축구연맹은 이 감독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는 대신 경고 공문을 발송하는 너그러운 조치를 취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감독을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상벌위원회에 출석하지는 않았다.

이 감독의 돌출행동은 사실 하루 이틀의 이야기도 아니다. 상대 선수와 부딪치거나 기자회견에서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다가 프로축구연맹의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구단과 감독이 실망을 주는 일이 늘어나면 피해는 팬들이 본다. 광주가 원정 경기를 치를 때도 어김없이 응원에 나서는 팬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 광주가 스스로 자정을 보이지 못한다면 K리그 1~2부 26개팀 구성원을 위해서라도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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