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06.10 문재원 기자
홍명보호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기세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오는 12월 예정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을 겨냥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력을 우선하겠다는 의지가 눈길을 끈다.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하고 있는 평가전들의 면면이 그 증거다. 오는 9월 A매치 기간에 미국 원정을 떠나 미국과 멕시코를 연달아 상대하는 것으로 부족해 10월에는 남미 국가들과 2연전도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평가전 상대를 찾는 기준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라면서 “10월 A매치 주간에는 유럽 국가들이 일정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라 최적의 대상이 남미라 판단했다. 첫 상대로 파라과이를 낙점했고, 다음 상대도 찾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선 홍명보호의 10월 나머지 상대가 브라질로 결정될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결론이 난 사항은 아니다.
브라질축구협회는 10월 A매치 일정을 준비하면서 거액의 초청비를 지급할 수 있는 중동 국가를 원했으나 이들이 북중미 월드컵 4차예선으로 밀려나면서 상황이 꼬였다. 브라질의 대안으로 조기에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과 일본이 거론되면서 의미있는 협상이 진전되기도 전에 외부에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홍명보호가 브라질까지 상대할 경우 9~10월 평가전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다. FIFA 랭킹을 살펴보면 파라과이(48위)를 제외한 브라질(5위)과 미국(16위), 멕시코(17위) 모두 한국(23위)보다 순위가 높다.
월드컵을 대비한 스파링 파트너로는 최적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강을 노리는 삼바 군단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국가이고, 미국과 멕시코는 이번 대회 개최국으로 원정에서 실력을 점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공교롭게도 9~10월 평가전 상대가 일본과 모두 겹친 터라 두 나라의 전력을 간접 비교할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한국이 승리한다면 높은 랭킹포인트를 따낼 수 있고, 지더라도 손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홍 감독은 경기력 향상을 우선하고 있지만 FIFA 랭킹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각 국가가 9월부터 11월까지 매달 2경기씩 치르는 A매치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의 포트 배정이 영향을 받는다. 상위 포트에 배정될 수록 조별리그 통과가 수월해진다. 현재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2~3번 포트의 경계선이 있다.
홍 감독은 “다가오는 평가전 경기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한 편으로는 월드컵이 열릴 1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다. (조 추첨 전인) 9~11월 평가전에서 쿠웨이트전처럼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6월 11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났다. 4개팀씩 12조로 조별리그를 치르는 가운데 각 조의 1~2위와 3위 중 상위 8팀이 32강에 올라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