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김혜성, 필드 위 첫 맞대결··· 136년 라이벌 역사에 새 이야기가 쓰였다

입력 : 2025.06.15 15:30 수정 : 2025.06.15 15:44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왼쪽사진)와 LA 다저스 김혜성. 로이터·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왼쪽사진)와 LA 다저스 김혜성. 로이터·AP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경쟁 관계가 가장 뜨거운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136년 라이벌 역사에 새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KBO리그에서 같은 팀 동료로 7년을 함께 했던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서로를 마주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7)와 LA 다저스 김혜성(26)이 15일 MLB 무대에서 역사적인 맞대결을 펼쳤다. 둘은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팀의 시즌 2번째 대결에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1번 타자 중견수, 김혜성이 다저스 9번 타자 2루수로 나섰다. 두 팀은 전날 시즌 첫 경기를 치렀지만, 김혜성이 결장하면서 이정후와 필드 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현지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중계진은 2회 김혜성이 첫 타석에 들어서자 중견수 자리에 서있던 이정후까지 같은 화면에 담았다. 전날 경기 전 두 사람이 끌어안는 장면, 키움 시절 이정후와 김혜성이 팀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이어서 내보냈다. MLB 공식 SNS 계정에는 한 화면에 담긴 두 사람의 영상과 함께 한국어로 ‘화이팅!’이라고 적은 글이 올라왔다.

한국인 빅리거의 맞대결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대결이라 특별하다. 2017년 키움 입단 동기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두 사람의 맞대결이라 더 의미가 깊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와 LA 다저스 김혜성의 첫 맞대결이 열린 15일 MLB 공식 SNS 계정에 한 화면에 담긴 두 사람의 영상과 함께 한국어로 ‘화이팅!’이라고 적은 글이 올라왔다. MLB SNS 캡처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와 LA 다저스 김혜성의 첫 맞대결이 열린 15일 MLB 공식 SNS 계정에 한 화면에 담긴 두 사람의 영상과 함께 한국어로 ‘화이팅!’이라고 적은 글이 올라왔다. MLB SNS 캡처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라이벌 관계는 그 역사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샌프란시스코가 1883년 뉴욕 맨해튼, 다저스가 바로 이듬해인 1884년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두 팀의 첫 맞대결은 136년 전인 1889년이었다. 같은 뉴욕에서 불과 1년 터울로 출범한 두 팀의 경쟁 관계는 1958년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와 LA로 나란히 연고 이전하면서 더 격렬해졌다.

그런 두 팀에 이정후와 김혜성이 차례로 입단했다. 2017 KBO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키움의 지명을 받은 이정후와 김혜성은 KBO리그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다. 이정후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김혜성이 올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극적인 인연이 만들어졌다. 학창 시절 이후 두 사람이 상대팀에서 서로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경기에 앞서 이정후는 “항상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고 같은 필드에 선다. 느낌이 전과 다르면서도 설렌다”고 했다. 김혜성은 “함께 드래프트 됐고, 함께 뛰었는데 이제 MLB에서 서로를 상대하게 됐다. 같은 지구에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정말 기대가 된다”고 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지난해까지 다저스가 25차례 내셔널리그를 제패했고, 8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23회 우승에 월드시리즈 8회 우승을 기록했다. 맞대결 성적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두 팀은 정규시즌 2580차례 맞대결 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284승 17무 1279패로 딱 5번 더 이겼다.

올 시즌 두 팀의 경쟁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치열하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놓고 시즌 중반부터 각축전 양상이다. 이정후와 김혜성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LA 다저스 김혜성이 15일 홈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 3회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김혜성이 15일 홈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 3회말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5일 LA다저스 원정경기 6회초 삼진을 당하고 상대 투수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5일 LA다저스 원정경기 6회초 삼진을 당하고 상대 투수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를 11-5로 크게 이겼다. 다저스 선발 클레이턴 커쇼가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다저스 1번 타자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가 홈런 2개를 쳤다. 다저스는 전날 샌프란시스코에 패하며 서부지구 공동선두까지 허용했지만, 이날 설욕전으로 다시 1경기 차 지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인 빅리거 사이 대결에서도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한 김혜성이 안타 없이 볼넷만 하나 기록한 이정후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김혜성은 이날 6-0으로 크게 앞서던 3회말 2사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샌프란시스코 상대 첫 안타를 공교롭게도 중견수 이정후 앞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정규시즌 11차례 맞대결이 더 남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정후와 김혜성, 두 한국인 빅리거의 대결도 이제부터다. MLB닷컴은 “두 선수가 계속 성장해 나간다면,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라이벌 관계도 그만큼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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