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이 15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 힐스CC에서 열린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 퍼트를 넣은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 제공
“사실 조금 쫄렸어요. 짧은 퍼트인데, 굉장히 떨렸어요.”
국내 최고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든 ‘장타여왕’ 이동은(21)이 공식인터뷰에서 살짝 웃으며 긴장했던 우승퍼트 순간을 떠올렸다. 2타차 선두로 맞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세번째 샷을 홀 60㎝ 옆에 붙였으나 2위 김시현이 5.5m 버디 퍼트를 넣고 1타 차로 압박해오자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것만 넣으면 끝이다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숨을 참고 마지막 퍼트를 했다”고 돌이킨 이동은은 “지난해 여러차례 챔피언조에서 우승경쟁 하며 무너져도 봤고, 많이 좌절하면서 겪은 경험으로 훨씬 차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은은 15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 힐스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고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무서운 신인’ 김시현(12언더파 276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순회배 트로피를 들었다.
공동선두로 출발한 이동은은 1타차 선두이던 13번홀(파4)에서 1.2m 파 퍼트를 놓쳐 노승희, 김시현과 다시 공동선두를 이뤘다. 하지만 14번홀(파4)에서 13m 짜리 긴 버디 퍼트를 넣었고 16번홀(파5)에서는 장타를 앞세워 세컨샷을 그린 뒤쪽에 보낸 뒤 탭인 버디를 잡아 2타차로 달아나며 대세를 갈랐다. 18번홀(파4)에서는 그린 옆 러프에서 친 세번째 샷을 홀 60㎝ 옆에 붙여 승리를 지켰다.

이동은이 15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 힐스CC에서 열린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컵을 든 뒤 시상식에서 전통의 순회배 트로피를 들고 있다. |대회조직위 제공
이동은은 부모가 모두 프로골프선수 출신으로 DNA를 타고났다. 아버지 이건희 씨는 KPGA투어 프로로 활약했고, 어머니 이선주 씨는 KLPGA투어 준회원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로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운 이동은은 국가대표선수로 성장했고 정규투어에 뛰어든 지난해 KLPGA 투어 장타 3위, 올해는 1위(드라이브 비거리 260야드)로 올라섰다.
지난해 두 차례 준우승(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을 포함해 8차례 톱10을 거뒀으나 메이저대회 KB금융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현조에게 밀려 신인상 2위에 그친 그는 올시즌 장타에 그린 적중률 1위(78.85%)로 정교함까지 더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퍼트 성공률을 높이며 마침내 국내 최고권위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었다.
여자골프 최고상금인 3억원을 더해 시즌상금 3위(4억 9954만원)로 16계단 뛰어오른 이동은은 “장타보다 정교함을 더 요구하는 코스에서 정확도에 집중한게 주효했다”며 “스코어카드를 정리하다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그동안 노력하며 힘들었던 생각이 났고 특히 같이 고생한 어머니 생각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첫 우승을 눈앞에 두었던 신인 김시현은 공동선두이던 9번홀(파4)과 11번홀(파3)에서 그린적중에 실패해 1타씩 잃은게 뼈아팠다. 이동은이 보기를 범한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다시 공동선두로 나서는 등 끝까지 인상적인 활약을 한 김시현은 신인상 레이스 1위를 더욱 견고히 했다.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인 황유민이 3위(8언더파 280타)로 올라섰고 21년 만의 대회 2연패를 노린 노승희는 14번홀 이후 5개홀에서 보기 4개를 범하며 이날만 1타를 잃고 4위(7언더파 281타)로 마쳤다.
박지영이 5위(5언더파 283타), 유현조가 6위(4언더파 284타)로 마쳤고 이날만 4타를 줄인 박현경이 전우리, 김수지와 함께 공동 7위(3언더파 285타)를 이뤘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박서진이 정윤지 등과 공동 10위(2언더파 286타)로 톱10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