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가 악몽으로…오클랜드 시티, 바이에른 뮌헨에 0-10 참패

입력 : 2025.06.16 07:06
오클랜드 시티 FC 선수들이 16일 바이에른 뮌헨에 0-10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AP

오클랜드 시티 FC 선수들이 16일 바이에른 뮌헨에 0-10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AP

아마추어 선수와 최정상급 프로선수와 격차가 느껴진 경기였다.

뉴질랜드 아마추어 클럽 오클랜드 시티 FC가 ‘유럽의 거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혹독한 세계 무대 세례를 받았다.

오클랜드 시티는 16일 미국 신시내티 TQL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C조 1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0-10으로 대패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 시작 6분 만에 킹슬리 코망의 헤딩 선제골이 나왔다. 바이에른은 사샤 보에이(18분), 미카엘 올리세(20분), 다시 코망(21분)의 연속골로 4-0까지 앞서 나갔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토마스 뮐러와 올리세의 추가골까지 더해지며 전반을 0-6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오클랜드는 밀집 수비로 실점을 어느 정도 줄였지만, 후반 초반 해리 케인을 대신해 투입된 자말 무시알라가 22분, 28분(페널티킥), 39분 연속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뮐러는 종료 직전 팀의 10번째 골이자 본인의 250번째 바이에른 득점을 기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바이에른은 슈팅 유효 시도에서 17-1로 앞섰고, 경기 대부분을 상대 진영에서 주도했다.

결과는 기록적인 대패였지만, 오클랜드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팀 포워드 앵거스 킬콜리는 “믿기 어려울 만큼 큰 도전이었다”며 “골이 들어갈 때마다 더 힘들어졌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수차례 선방을 펼친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도 마지막 9번째 실점에서는 패스 미스로 무시알라에게 공을 내주며 아쉬운 장면을 남겼다. 그러나 관중은 그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감독대행 이반 비셀리치는 “이 무대에 선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꿈이었다. 우리는 경기를 즐겼고, 결과와 무관하게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오클랜드 시티 수비수 라이언 드브리스는 “그들은 왜 독일 챔피언인지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줬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오클랜드 선수들은 관중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고, 팬들은 환호로 답했다.

바이에른 뮌헨 독일 공격수 토마스 뮐러(왼쪽)가 16일 맞대결을 마친 뒤 오클랜드 시티의 뉴질랜드 미드필더 마이클 덴 헤이예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바이에른 뮌헨 독일 공격수 토마스 뮐러(왼쪽)가 16일 맞대결을 마친 뒤 오클랜드 시티의 뉴질랜드 미드필더 마이클 덴 헤이예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오클랜드는 운전사, 영업사원, 부동산중개인 등 직장과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대회에 참가한 순수 아마추어 팀이다. AP통신은 “이들은 대회 기간 무급 휴가를 감수했다”며 “오세아니아 챔피언에 13번이나 오른 이들은 이번에도 예선을 뚫고 당당히 참가권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는 오는 21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벤피카와 2차전을 치른다. 오클랜드는 “한 자릿수 실점이 목표”라는 현실적인 각오를 다지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TQL 스타디움에는 바이에른 서포터들이 “FIFA를 박살내라(Smash FIFA!)”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2015년 스위스 취리히 바우어 오 락 호텔에서 미 법무부가 FIFA 고위 관계자들을 체포한 사건을 언급하며 “10년이 지났지만 세계 축구는 여전히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의미였다.

대회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유럽 클럽들은 선수들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시기에 대회를 치르는 일정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도르트문트 CEO 한스요아힘 바츠케는 “축구는 유럽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과 맞붙고 싶어한다”며 대회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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