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인터뷰한 롯데 김동혁. 인천 | 김하진 기자

롯데 김동혁. 롯데 자이언츠 제공
올시즌 롯데는 리드오프가 자주 바뀌고 있다. 1번 타자를 맡았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첫 톱타자였던 황성빈은 지난 5월5일 사직 SSG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손 4번째 중수골 골절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복귀까지 최대 10주가 걸린다는 판정이 나왔다.
뒤를 이은 장두성은 지난 12일 수원 KT전에서 연장 10회 주루 플레이를 하다 상대 투수 박영현이 던진 견제구에 오른쪽 옆구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갔다. 검진 결과 폐 타박에 의한 출혈 증세를 보였다. 입원 치료 중 출혈이 멈춰 퇴원했지만 아직 복귀 시기를 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최근 1번 타자로 기용된 건 롯데 김동혁이다. 김동혁은 1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올랐다. 황성빈, 장두성이 차례로 이탈해 비워진 외야 자리를 채운 김동혁은 1번 타자의 중책까지 맡게 됐다.
김동혁에게는 기회다. 제물포고-강릉영동대를 졸업한 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 6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동혁은 2023년에는 15경기, 지난해에는 39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주로 대수비를 소화했기 때문에 타격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해 타율 0.200(15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에는 벌써 지난해 39경기를 넘어서 41경기를 뛰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타율은 0.250(40타수 7안타)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점차 1군에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김동혁은 “지난 시즌에도 좀 더 많은 경기를 나가고 싶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가서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제는 긴장감도 많이 풀렸다. 김동혁은 “내가 몸이 경직되어 있거나 긴장을 하다보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반에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긴장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하는게 좋은 결과로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동혁의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 타구가 자신에게 오면 몸을 아낌없이 던진다. 그는 “내 위치가 몸을 사릴 위치도 아니고 내가 그 공을 잡게 됨으로써 팀의 분위기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펜스가 있든, 없든 두려움이 없다. 또 내가 튼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공을 잡겠다는 생각만으로 달려간다”고 했다.
간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김동혁은 “기회라는 건 누구에게나 오지만 잡는 사람은 몇 명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몇 명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한다. 내가 준비한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비하는 롯데 김동혁.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한 편으로는 기존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기회가 다가온 상황이 썩 반갑지는 않다. 김동혁은 “황성빈 형이나 장두성 형이 부상을 당했을 때에는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이런 부상 상황에서 오는 기회를 내가 받기보다는 빈 자리를 잘 채우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고 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건 선의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상을 입었던 선수들이 모두 올라와서 경쟁을 제대로 하는게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는 ‘기회가 왔다’던가, ‘누구를 밀어내야한다’는 생각보다는 다 돌아오기 전까지 상위권의 순위를 지키기 위해 내가 좀 더 신경 쓰고 열심히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고 밝혔다.
김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서로 선수들간에 말하면서 배운 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김동혁은 “내가 성빈이 형에게 도루 등 많은 걸 물어보곤 했다. 성빈이 형도 자기 일처럼 잘 알려줬다”며 “최근에는 두성이 형에게도 많이 물어봤고 그 형도 너무 잘 알려줬다. 내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설수 있었던 건 외야수 형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후배 윤동희에게도 배운 점이 많다. 김동혁은 “원정 숙소에서 동희와 같은 방을 쓰면서 진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동생이지만 ‘형’같았다. 동희에게도 많이 물어봤던게 적립이 되어서 실력이 올라온 것 같다. 누구 하나 뒤처지는 것 없이 서로 같이 올라가기 위해서 하다보니 좋아졌다”고 밝혔다.
김동혁은 부상을 입었던 선수들이 돌아오면 팀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부상을 당한 선수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수들도 다시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준비를 잘 할 것 같다”라며 “그런 생각들이 모이면 확실히 좋은 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