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석 빈 첼시 경기… 클럽월드컵 외면? FIFA의 무리한 일정?

입력 : 2025.06.17 08:20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 팬 두명이 앉아 있다. AP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 팬 두명이 앉아 있다. AP

첼시의 2025 클럽 월드컵 첫 경기는 ‘승리’와 ‘텅 빈 관중석’이라는 상반된 풍경 속에 치러졌다.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의 관중석 7만 석 중 무려 5만 석 이상이 비었다. BBC는 17일 “FIFA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신형 클럽월드컵 흥행에 초반부터 적신호를 켜는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첼시는 로스앤젤레스 FC(LAFC)를 2-0으로 꺾으며 조별리그 D조 첫 승을 거뒀다. 경기력 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오후 3시(현지시간) 평일 낮에 열린 경기에는 총 2만2137명만 입장했다. 경기장 최상단 관중석은 아예 폐쇄됐고, 1층 하부 관중석도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으며, 2층 일부만 비교적 채워졌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티켓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었고, 일부 구역은 전면 매진과 거리가 멀었다. BBC는 경기 도중에도 £26(약 4만7900원)에 표를 구입할 수 있었고, 대회 직전에는 일부 학생에게 ‘티켓 1장 구매 시 4장 무료 제공’ 혜택까지 있었다고 보도했다.

첼시-LAFC전은 월요일 오후 3시 열렸다. 평일 낮 시간대라는 비정상적인 경기 시간이 현지 직장인과 학생들의 경기 관람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영국 TV 시청자를 겨냥한 시간대로 보인다. 또한 애틀랜타는 LAFC의 연고지가 아닌 데다, LA에서 애틀랜타까지는 2000마일(3200㎞) 거리로, 이동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LAFC가 대회 직전 멕시코 클럽 레온의 대체 팀으로 급히 합류한 것도 지역 팬의 흥미를 끌지 못한 원인이다.

티켓 가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직전 최저 티켓은 £37(약 6만8300원) 수준이었고, 대회 초기에는 이보다 훨씬 비쌌다. 이에 대해 지역지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츄션 기자 더그 로버슨은 “이곳 사람들이 축구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대회에 익숙하지 않고, 내년 월드컵을 위해 돈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FIFA가 제대로 된 현지 마케팅 없이 대회를 밀어붙였다”고도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기자 조너선 탄엔월드는 “이번 대회는 로컬 조직위원회 없이 FIFA가 직접 주관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연결되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이 대회가 뭔지 모르니, 당연히 표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 수석 축구 기자 필 맥널티는 “거의 5만 석의 빈 좌석은 FIFA에게 초반부터 당혹스러운 장면”이라며 “이 대회가 과도하게 빡빡한 시즌 일정에 또 하나의 쇼피스 대회를 억지로 끼워넣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관중석 장면. AP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관중석 장면. AP

첼시 팬 일부는 골이 터질 때와 리암 델랩의 데뷔에 환호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조용했다. 150여 명의 LAFC ‘울트라스’ 팬들이 북과 응원으로 분위기를 살렸지만, 그 외엔 빈 좌석이 주는 공허함이 컸다.

이번 대회는 FIFA가 확대 개편한 클럽월드컵의 첫 사례로, 미국 단독 개최, 총 32개 클럽이 참가한다. 일부 경기는 흥행에 성공했다. 인터 마이애미-알 아흘리전 6만927명, PSG-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8만619명 등이다. BBC는 “관중의 외면은 ‘축구의 인기 하락’이 아니라 ‘팬 친화적이지 못한 구조’ 때문”이라며 “경기 시간, 티켓 가격, 로컬 마케팅, 대회 인지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FIFA의 운영 방식은 향후 월드컵 준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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