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이도류 모드 스위치를 다시 켰다. 오타니가 1년 10개월 만에 복귀한 투수전을 치렀고, 타석에서 멀티 안타, 멀티 출루로 맹활약했다.
오타니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면서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오타니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3년 8월24일 신시내티전이다. 당시 경기 중 팔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온 오타니는 같은 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2024년 LA다저스에 입단한 뒤 타자로만 출전하다가 이날 663일 만에 다시 투타겸업을 재개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경기에 앞서 ESPN과 MLB닷컴 등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에인절스에 있을 때 멀리서 그의 피칭을 봤는데 이젠 이 선수가 선발 등판하는 모습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됐다”며 “클럽하우스에 있는 모두가, 팬들과 언론까지 모두가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1회에만 공을 던진 오타니는 2안타를 내주며 1실점했다. 하지만 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61㎞를 찍었다. 총 28개의 공 가운데 트레이드 마크인 스위퍼(10개)와 직구(9개), 싱커(8개)를 주로 시험대에 올렸다. 스플리터도 1개 던졌다. 다만 다소 긴장한 탓인지 제구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스트라이크 16개)이었다.
오타니는 1회초 상대 팀 첫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이다가 6구째 중전 안타를 내줬다. 루이스 아라에스 타석에서는 폭투가 나와 타티스를 2루까지 보냈다. 오타니는 뒤이어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샌디에이고에 선취점을 내줬다. 오타니는 개빈 시츠와 산더르 보하르츠를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다저스는 2회초부터 오타니를 내리고 투수를 앤서니 반다로 교체했다.
투수로서 완벽한 컨디션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타자’ 오타니는 4타수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6-3 승리에 기여했다. 내셔널리그에서 선발투수가 1번 타자로 출전한 건, 1901년 짐 존스, 1953년 앨빈 다크(이상 뉴욕 자이언츠)에 이어 오타니가 세 번째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0-1로 뒤진 3회에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투수 딜런 시즈를 상대로 2루타를 날려 3루 주자 앤디 파헤스를 불러들였다. ‘투수’ 오타니의 실점을 ‘타자’ 오타니가 채워 넣은 셈이다.
오타니는 팀이 2-4로 뒤진 4회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다저스는 4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오타니는 경기 뒤 일본 ‘산케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투수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실전에서 공을 던졌으니 한 걸음 전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투수’ 복귀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타자로 복귀전을 치렀을 때보다 긴장했다”는 오타니는 “시속 95∼96마일(153∼154㎞) 정도를 예상했는데 실전을 치르니까, 확실히 구속이 올라가더라. 지명타자로 나설 때보다 몸에 온기가 돌아서 타석에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투타겸업을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표현해왔던 오타니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발로 최대 3이닝 정도만 던진다면 우리 불펜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미국에 온 뒤 두 번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 트레이너 등 많은 분의 도움 덕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