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

‘귀궁’ PD·작가 “시즌제?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입력 : 2025.06.19 15:04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시청률도 꽤 성공적인 10%였지만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귀궁’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인 판타지 장르 이야기의 자산으로서 한국 무속신앙의 발견이었다.

윤성식 감독 연출로 윤수정 작가가 대본을 썼던 ‘귀궁’은 이무기 ‘강철’의 혼이 빙의한 주인공 윤갑과 무녀인 여리의 로맨스와 활극을 다룬 작품이었다.

주인공들의 매력과 로맨스, 코믹을 곁들인 액션 그리고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도 작품의 즐길 거리였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전설과 설화 등에 기반한 무속신앙의 모습과 이른바 ‘K-귀신’으로 불리는 각종 귀신들의 비주얼 그리고 그에 숨겨진 아픈 사연들이었다.

‘귀궁’은 이러한 이야기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가공한 다음 윤색해, ‘K-무속신앙’ 역시 판타지 하나의 하위장르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야흐로 ‘K-귀신’으로 인한 한국만의 판타지 장르의 탄생이다.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이 작업의 주도적인 역할에 나선 윤성식 감독과 윤수정 작가가 ‘스포츠경향’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의 인기와 IP(지식재산권)로서의 연속성을 가늠하는 시즌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하 윤 감독, 윤 작가와의 일문일답.

- 윤갑(육성재)의 부활과 여리(김지연)와의 해피엔딩이 그려졌는데, 그의 부활로 시즌제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시즌제에 대한 생각은?

감: “‘귀궁’은 애초에 시즌2를 상정하고 기획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방영된 시리즈의 자체 완결성을 가진 스토리로 기획한 것입니다. 하지만 귀궁을 통해 선보인 강철이, 팔척귀, 수살귀 등 한국적 귀물 캐릭터는 K-오컬트 브랜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여러 가지 여건이 조성된다면 시즌2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 “사실 16부 엔딩씬은 시즌2를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철이와 여리가 가정을 꾸려 완벽한 행복을 누리고 있고 왕 이정과도 종종 교류를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즌2를 열망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아있는 강철이의 스토리가 더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시즌2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진행된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 ‘파묘’나 ‘검은 수녀들’ 등 한국 오컬트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작업 이후 느낀 오컬트물의 매력은?

감: “현실이 각박할수록 사람들은 판타지를 더욱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오컬트 장르가 가진 판타지적 요소에 한국 전통 무속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가미되었을 때, 현실적 판타지, 한국적 판타지, 공감 가능한 판타지가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작: “각자 다른 이유이긴 했으나 긴 세월 무속은 조직적으로 배척당하고 탄압당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속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어요. 그러나 그 이후 무속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측면으로 재조명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도 되는 등 많은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대중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또한, 저처럼 재미난 소재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무속은 ‘K-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해줍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건드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잘 알려지지 않은 무속 신화 또한 굉장히 깊고 또 풍부하거든요. 당분간 무속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제작되는 기류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 연출 과정과 대본 작업에서 가장 풀기 어려웠던 장면 또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촬영 뒷이야기는?

감: “제작 초기 단계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지점은 1부 오프닝에 등장하는 용의 승천 장면과 극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팔척귀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잡느냐였습니다.

오프닝의 용 승천 장면은 3D가 아니면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CG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국내 최고의 CG 업체인 덱스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현실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용 승천 장면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배경이 되는 계곡과 폭포, 중간에 삽입되는 전쟁 장면은 실사로 촬영하고 용의 움직임, 수중 배경 등은 3D를 활용했습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각종 귀신들과 팔척귀는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캐릭터에 대한 친밀감을 더하기 위해 철저히 실사 베이스에 특수분장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또한 강철이와 귀신 간의 액션 묘사에 있어서도 너무 과장되지 않고 허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귀물들에 대한 생경함이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6부에서 8부에 걸쳐 등장하는 수귀 방막돌과 강철이의 액션 시퀀스입니다. 액션의 콘셉트부터 표현의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서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가장 난도가 높은 촬영이었고 전 분야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가장 고생하며 만들었던 장면입니다.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드라마 ‘귀궁’의 한 장면. 사진 SBS

다음으로는 3부에서 4부에 걸쳐 등장하는 북악산 액션 시퀀스였습니다. 원자에게 빙의된 팔척귀와 여리의 싸움, 팔척귀에 빙의되는 왕, 팔척귀 왕과 강철이의 대결, 그리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팔척귀까지…. 극 초반 가장 중요했던 장면이었고 많은 기술이 동원된 복잡한 장면이었습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콘티 작업을 통해 완성한 장면이라 애착이 갑니다.”

작: “매 회차, 매 장면이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집필하긴 했습니다만, 가장 공들여 집필했던 장면은 아무래도 모든 주요 인물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충돌하는 장면이었던 3부 엔딩 북악산 시퀀스입니다. 왕 이정이 팔척귀에 빙의되고 이를 눈치챈 강철이와 여리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은 쓰면서도 정말 짜릿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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