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잘한다”…김태형 감독이 야인 시절 찍었던 고교생 포수, 첫 1군 풀타임서 제대로 사고쳤다

입력 : 2025.06.20 01:06
롯데 박재엽이 18일 사직 한화전을 마친 후 홈런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롯데 박재엽이 18일 사직 한화전을 마친 후 홈런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롯데가 한화를 6-3으로 이긴 18일 사직구장에서는 롯데 신인포수 박재엽을 향한 물세례가 이어졌다.

8번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데뷔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박재엽은 공수에서 승리에 기여했다.

2회 2사 1·2루 타석에 선 박재엽은 한화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박재엽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등을 기록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선발 투수 홍민기의 4이닝 1실점 피칭을 이끌었다. 정현수-김강현-최준용-정철원-김원중까지 이어지는 불펜진과도 호흡을 맞추며 롯데의 승리를 지켜냈다. 수훈 선수로 선정돼 중계 인터뷰까지 한 박재엽은 선배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누렸다.

박재엽은 명포수 출신 김태형 롯데 감독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는 포수다.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25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4순위로 롯데 지명을 받은 박재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는 2경기 교체 투입돼 2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박재엽의 포수로서 능력을 높이 샀다.

선배들의 물세례를 맞고 있는 롯데 박재엽.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배들의 물세례를 맞고 있는 롯데 박재엽.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경기 전에도 “2군에서 연습할 때 보면 포수로서 갖고 있는 능력이 좋다. 리드를 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렇지 치고 던지고 받는 능력은 팀 내에서 제일 위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있는 포수”라고 했다.

롯데는 1군 엔트리에 정보근, 손성빈, 박재엽 등 포수 3명을 올려놓은 상태다. 주전포수 유강남이 2군으로 가면서 3명의 포수로 안방을 운용하고 있다. 유강남이 1군으로 올라오면 셋 중 한 명은 2군으로 가야하는데 그 전에 기량을 확인하기 위해 박재엽에게 기회를 줬다. 박재엽은 신인답지 않은 모습으로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박재엽과 김 감독의 인연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은 2022시즌을 마치고 두산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부산고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과 친분으로 방문했던 부산고에서 “쟤 잘 한다”고 칭찬했던 당시 2학년 포수가 박재엽이다.

이날 야구장에 도착해 선발 출전 사실을 들은 박재엽은 “타순을 듣자마자 긴장감이 올라왔는데 최대한 긴장 안 하려고 차분히 계속 있었다”고 했다. 홈런을 치고서는 기쁜 마음에 너무 빨리 베이스를 돌기도 했다. 박재엽은 “베이스에서 안 넘어지려고 차분히 돌려고 했는데 흥분이 주체가 안 돼 너무 빨리 뛰었다”며 “맞는 순간 너무 잘 맞아 잘 하면 넘어가겠는데 하다가 홈런인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서 경기에 나가고 홈런을 치는 것 자체가 박재엽에게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는 “‘롯린이’ 출신으로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구장에 경기보러 진짜 많이 왔었다. 프로 선수들이 뛰는 게 너무 멋있고 부러웠는데 그걸 내가 하고 좋은 결과도 내니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1군에서 경기하니까 너무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신인임에도 이날 벤치 사인 거의 없이 직접 투수들을 리드했다. 박재엽은 “초반에는 내가 하다가 경기 후반 점수를 주니까 벤치에서도 조금씩 사인을 주셨다. 중요할 때만 사인이 나왔다”고 했다. 벤치 사인과 자신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인 포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선배 투수들도 힘을 실어줬다. 마무리 김원중은 8회 2사후 등판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했다. 박재엽은 “내가 선배님 공을 처음 받아보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존재감을 잘 드러낸 박재엽은 포수 경쟁에 대한 자신감도 밝혔다. 그는 “너무 잘 하는 형들이 많아서 일단 보고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 나는 어리니까 아직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할 것만 하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쟤 잘한다”…김태형 감독이 야인 시절 찍었던 고교생 포수, 첫 1군 풀타임서 제대로 사고쳤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