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라운더 포텐 폭발
롯데 선발진 새 희망 급부상

홍민기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의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가 새로운 선발 옵션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홍민기는 지난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3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당초 선발 등판 차례였던 나균안이 담 증세로 등판을 하루 미뤘다. 선발 중 박세웅이 휴식 차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터라 롯데는 대체 선발 홍민기를 이날 앞세웠다.
이전에 홍민기의 1군 등판 경험은 6경기, 선발 등판은 딱 1경기로 지난해 5월12일 LG전에서 2.2이닝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올시즌에는 중간계투로만 2경기에 나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기대는 크지 않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좋은 공을 갖고 있다. 60구 정도, 4~5이닝 정도 던져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홍민기는 4회까지 무실점으로 투구했다.
1회 첫 타자 이원석을 155㎞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고 출발한 홍민기는 타선에서 2회 4득점 지원까지 해주자 침착하게 자신의 피칭을 이어갔다. 5회 무사 1·2루 위기에 처해 교체됐다. 두번째 투수 정현수가 한화 이진영을 중견수 희생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3루 주자의 홈인을 허용해 홍민기의 실점이 됐지만, 이어 등판한 김강현이 이닝을 마무리 하면서 실점은 더이상 늘지 않았다.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홍민기는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투구 수는 김 감독이 생각했던 61개였다. 최고 155㎞의 직구(43개)와 슬라이더(18개) 두 가지 구종으로만 마운드를 버텼다.
대전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홍민기는 1라운더인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잇딴 부상으로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고 2021시즌을 마치고는 입대했다. 그리고 2024시즌부터 기회를 조금씩 받기 시작했다. 올시즌에는 구속이 더 빨라지면서 2군에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1군에서도 결국 가능성을 보였다.
좌완 김진욱이 시즌 초반 활약한 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좌완이 나타났다. 홍민기는 “5회도 던지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지다보니까 흔들렸던 것 같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초반에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그래도 이날 피칭으로 김태형 감독의 미소를 이끌어냈다. 홍민기는 “오랜만에 감독님의 웃는 모습을 봤는데 좋아하신 것 같다. ‘잘했다’라고 하시더라. 그 모습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기존 1군에서 활약했던 또 다른 좌완 정현수, 송재영을 보며 조바심이 났던 적도 있다. 홍민기는 “현수랑 재영이가 너무 잘 하다보니 한편으로는 위축도 됐었지만 따라잡으려고 열심히 했다”며 “그래도 괜찮은 결과를 냈고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박세웅이 돌아오면 다시 선발 자리를 내줘야하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선발진 합류다. 그러려면 구종 추가는 필수다. 홍민기는 “구종 하나가 더 있는데 전력 분석을 못한 상태라서 던지지 못했다. 앞으로는 구종을 좀 추가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등판에 대해 “80% 이상은 보여줬다”라고 자평한 홍민기는 “그동안 힘든 시간도 보냈고, 군대도 다녀오다보니까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라며 1군에서의 연착륙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