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문보경 I 연합뉴스
LG 4번 타자 문보경(25)이 KBO 역사에 남을 진기록을 세웠다. 안타 하나 없이 4타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한 경기 무안타 최다 타점 신기록이다.
문보경은 18일 잠실 NC전에서 5차례 타석에 나서 안타 없이 타점 4개를 올렸다. 희생플라이 2개에 내야땅볼과 밀어내기 볼넷으로 각각 타점을 올렸다. 지난 4일 사직 키움전 롯데 윤동희 등 그동안 무안타 3타점만 14차례 있었다.
문보경은 이날 볼넷만 11개를 허용한 NC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거의 매 타석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았다. 5차례 타석에 들어가는 동안 만루 기회만 3번, 2·3루와 1·3루 찬스가 1번씩 있었다. 문보경은 7회 마지막 타석을 제외하고 매타석 타점을 올리면서 4번 타자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냈다. 염경엽 감독도 9-8 승리 후 “문보경이 4타점으로 타선을 이끌며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적시타 하나를 때려내지 못한 4번 타자가 웃을 수는 없다. LG는 문보경의 4타점이 있어 승리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문보경의 적시타 하나만 터졌어도 훨씬 편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LG는 이날 8회까지 동점 승부를 벌이다 9회 송찬의의 끝내기 땅볼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문보경은 이날까지 33타석 연속 무안타,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0일 SSG전부터 안타가 없다. 시즌 초반 4할을 넘나들던 타율이 어느새 3할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답답한 건 본인이다. 문보경은 7회 5번째 타석에서 힘없는 2루 땅볼을 쳐내고 1루로 몸을 날렸다. 거구의 장타자가 몸을 날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그만큼 안타 하나가 간절했다.
4번 타자가 차갑게 식으면서 LG 팀 타선의 위력도 줄었다. 5월까지 경기당 5.5점 이상을 뽑았으나 6월 들어서는 경기당 5점이다. 득점 생산력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지만 이전까지 기세와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문보경뿐 아니라 박동원까지 6월 슬럼프를 겪으면서 중심타선 고민이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던 LG의 독주 체제는 이미 무너졌다. 6월 월간 승률만 보면 5할 유지가 힘에 겹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17일 NC전 2회 ‘헤드샷’ 사구로 경기를 마감했고, 에이스 역할을 하던 요니 치리노스까지 18일 4.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는 등 외국인 원투 펀치가 흔들리고 있다. 임찬규, 손주영 등 국내 선발들도 휴식차 2군으로 내려갔다.
여름의 초입에서 LG는 이번 시즌 가장 큰 위기를 마주했다. 기댈 수 있는 건 역시 타선의 힘이다. 4번 타자 문보경의 반등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