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라이벌은 ‘밖’에 있었다···안현민 보는 KT의 시선 “이런 도파민은 처음”

입력 : 2025.06.20 13:24
KT 안현민이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보며 달려나가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안현민이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보며 달려나가고 있다. KT 위즈 제공

안현민(22·KT)은 19일 현재 타율 0.340 13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 0.428, 장타율이 0.667이다. 득점권 타율은 0.319(47타수 15안타)다. 주자 있을 때 타율이 0.368로 주자 없을 때(0.307)보다 훨씬 높다. 홈런 역시 13개 중 8개가 주자 있을 때 나왔다.

이강철 KT 감독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신예 안현민의 타격은 KT 내부에서도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다. 2018년 입단한 강백호 이후 이토록 큰 기대감을 주는 젊은 타자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어리지만 긴장하지 않고 주자 있을 때 오히려 더 잘 치는 스타성을 KT는 팀 내에서 매우 오랜만에 목격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우리 팀 선수지만, 접전에서 안현민이 타석에 서면 무조건 기대가 된다. 이렇게 도파민 터지게 하는 선수는 처음”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KIA 구단 관계자들이 경험했던 감정과 비슷하다. 주전 중 막내지만 나가면 무조건 해결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갈수록 끌어올리면서 기대를 현실로 만든 김도영의 3년 차 활약은 KIA를 넘어 리그까지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냈던 오랜 역사의 팀 KIA조차 “이런 선수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스타성을 갖춘 젊은 해결사의 등장은 큰 뉴스이자 2024년 KIA 타이거즈의 가장 큰 낙이었다.

안현민과 김도영은 2003년생 동기다. 마지막 1차지명 세대였던 2022년 드래프트 때 김도영은 1차지명으로 KIA에, 안현민은 2차 4라운드로 KT에 지명됐다. 입단 이후 둘의 길은 아주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결을 가졌다.

KIA 김도영. 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도영.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은 비교적 빨리 폭발력을 드러내다보니 매우 쉽게 리그 톱스타로 올라선 듯 보이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첫 2년 동안은 프로의 벽을 실감하면서 부상도 당했고 굴곡진 시간들을 경험했다. 포지션이 다른데도 신인 지명 역사로 인해 데뷔 전부터 비교됐던 입단 동기 문동주(한화)에 비해 오히려 낮게 평가된 기간도 있었다. 슈퍼루키가 될 거라 주목받으며 데뷔했지만 쓴맛을 경험하고 이를 자양분으로 삼을 줄 아는 강한 정신력이 김도영을 3년 차에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안현민은 고교 시절 도루하는 포수였다. 고3 때는 발빠른 김도영을 제끼고 도루상도 수상했던 다재다능한 선수다. 그러나 프로 진입의 벽은 높았다. 입단 뒤 빼어난 타격 재능이 눈에 띄었지만 포수로서 수비 문제가 생겨 외야수로 전향했고, 당장 뚫고 들어갈 자리를 만들지 못해 바로 입대했다. 취사병으로 현역 복무를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안현민은 몸을 키워서 돌아왔다. 타격에 힘이 더 붙었다. 지난해 5월말 1군에 데뷔한 안현민은 5경기 만에 데뷔 홈런을 쳤다. 박병호, 강백호 정도나 돼야 때리던 수원 KT위즈파크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괴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얼마 뒤 도루하다 손가락을 다쳐 거의 시즌을 접었던 안현민은 올해 주전들의 부상 속에 기회를 잡은 뒤 제대로 터지며 신인왕 유력 후보로 올라서고 있다.

직접 비교하기에는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고 리그 특급으로 이미 올라서버린 김도영이 너무 위에 있다. 그러나 조금 늦게 출발한 안현민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그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1년 차 선후배인 이정후와 강백호가 비슷한 세대라는 이유로 많이 비교됐지만, 입단 동기인 젊은 타자들이 같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리그에서 구경한 지는 매우 오래 됐다. 부상으로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입단 동기 윤도현과 김도영의 관계를 KIA 팬들이 아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해 최고 시즌을 보낸 김도영이 올해는 개막부터 두 번이나 부상 당해 잠시 멈춰서 있는 지금, 후발주자가 된 동기 안현민이 등장해 존재감을 만들었다. 후반기에는 김도영이 돌아온다. 안현민은 사령탑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계속 중심 타자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김도영이 돌아오고 안현민이 꾸준함을 유지한다면, 한여름 시작될 후반기에는 리그 역사에 남을 정말 재미있는 레이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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