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은 “지금도 고비”···‘잇몸야구’로 드러내는 KIA의 호랑이 이빨

입력 : 2025.06.20 15:00
KIA 이범호 감독이 지난 18일 KT전 승리 뒤 밝은 표정으로 박찬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범호 감독이 지난 18일 KT전 승리 뒤 밝은 표정으로 박찬호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지난 17~19일 홈에서 KT와 3연전을 쓸어담았다. 14일 NC전부터 5연승을 달렸다.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 20경기로 늘리면 12승1무7패다. 30경기(18승1무11패)와 40경기(23승1무16패)로 되짚어올라가도 KIA의 이 기간 승률은 현재 1위 한화를 넘어 리그에서 가장 좋다. 반대로 개막후 30경기를 살펴보면 14승16패로 5할을 하지 못했다.

개막후 4월까지 첫 30경기 사이 폭락했던 KIA가 5월을 승률 5할 수준으로 잘 버텨내자 6월 이후는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막전에서 김도영이 다친 것을 시작으로 주축 타자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 시즌 극초반 바닥까지 추락했던 KIA는 버틴 끝에 상승세를 잡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빠진 주전들을 대체하러 나선 선수들이 예상보다 매우 오래, 꾸준히 활약상을 이어가는 것이 결정적인 동력이다.

KIA 김호령이 3일 두산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김호령이 3일 두산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오선우는 5월 이후 타율이 0.284다. 6월 들어서는 16경기에서 타율이 0.246으로 처졌지만 타점은 10개로 이 기간 팀내에서 가장 많다. 이제 ‘대체선수’라는 표현이 미안해질 정도로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김호령의 약진이 이채롭다.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빼어난 외야 수비력과 상반되던 타격이 달라졌다. 특히 5월 이후 김호령의 득점권 타율은 0.381(21타수 8안타)로 팀내 최고다.

역시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 많이 뛰던 내야수 김규성마저도 5월 이후 타율 0.288(66타수 19안타)로 고공행진 하고 있다.

주전들이 한꺼번이 장기 공백을 남기면서, 대체 투입된 선수들이 단발성 출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선발 출전할 기회를 얻게 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너무 일찍 재난 수준의 줄부상이 찾아온 것이 결과적으로 KIA ‘잇몸야구’의 적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혹스러운 줄부상에 2군급 라인업으로 경기하느라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던 코칭스태프 역시 이제는 이 라인업으로 경기 운용하는 법을 확실히 파악한 듯 보인다.

KIA 윤영철이 18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윤영철이 18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가 ‘버티기’를 지나 ‘상승세’ 초입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잇몸’들의 활약 속에서도 기존 주전들이 일어섰기 때문이다. 5월말 김도영이 두번째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는 대위기에 놓였지만, 패트릭 위즈덤이 복귀하고 공격의 혈을 뚫어줘야 할 박찬호, 최원준 등이 일어서면서 꺾이지 않을 수 있었다.

한창 힘들 때 허리 부상으로 빠졌던 위즈덤은 6월 복귀해 16경기에서 타율 0.317 4홈런 9타점을 뽑았다. OPS 0.997의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박찬호가 6월 타율 0.292 8타점 13득점, 최원준이 타율 0.286 5타점 9득점으로 각각 정신을 차렸다.

최형우 홀로 동생들과 외롭게 버티던 타선이 힘을 찾아가자 마운드도 정상화됐다.

초반에 헤매던 선발 윤영철이 드디어 궤도를 찾은 것이 마운드 전환점이다. 6월 이후 16경기에서 KIA는 리그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3.07)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11승 중 8승을 선발 투수들이 따냈고, 특히 6월 불펜 평균자책이 2.96으로 완전히 안정됐다. 전상현-조상우-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가 드디어 정상화됐고 선발과 필승조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15.2이닝 무실점 중인 신예 성영탁이 훌륭히 해내고 있다.

KIA 이범호 감독이 17일 KT전에서 경기 중 마운드로 향해 내야진을 소집한 뒤 이야기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이범호 감독이 17일 KT전에서 경기 중 마운드로 향해 내야진을 소집한 뒤 이야기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19일 KT전 승리로 개막후 첫 5연승을 거두면서 승패마진을 +4까지 늘렸다. 라인업이 텅텅 빌 정도로 주전들이 전부 다쳐나가고도 버텨내더니 연승 한 번에 선두 한화와 격차까지 4.5경기로 줄여버린 KIA의 저력은 리그 순위 경쟁에 다시 무서운 긴장감을 싣고 있다.

그러나 KIA는 여전히 긴장 중이다. 이미 부상 지옥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5연승을 거두고도 20일 “5월말이 큰 고비였다. 사실 지금도 고비다. 지금 분위기를 탔기 때문에 좋게 가다가도 체력적으로 바꿔줘야 할 선수들이 생길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때 부상이 또 올 수도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현재 선발 라인업의 절반이 풀타임 주전 경험 없는 선수들이라는 점이 큰 변수다. 현재까지도 예상보다 훨씬 오래 잘 해주고 있다. 전력상 여기서 더 물러나 딛을 땅은 없다.

다만 조금만 더 버티면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 이탈했던 선수들이 돌아온다. 그때까지만 더 버티면 지금의 ‘잇몸’들이 성장해 복귀하는 주전 전력들과 함께 진짜 호랑이 이빨을 드러내리라는 조짐을 6월의 KIA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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