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다시 오겠다’ 약속지킨 옥태훈, 국내 최고역사 KPGA선수권에서 데뷔 첫 우승… “저는 천재 아닌 노력파”

입력 : 2025.06.22 17:47
옥태훈이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8회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타차 역전승으로 KPGA투어 첫우승을 거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KPGA 제공

옥태훈이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8회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타차 역전승으로 KPGA투어 첫우승을 거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KPGA 제공

“아, 드디어 왔네요.”

미디어룸으로 들어서던 옥태훈(27)이 활짝 웃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첫날 8언더파를 치고 단독선두로 나선뒤 “지난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도 1라운드 선두로 출발하고 공동 5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꼭 마지막날 다시 오겠다”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얼굴에 흘러넘쳤다.

옥태훈은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파71·7142야드)에서 열린 국내 최고역사와 전통의 제68회 KPGA 선수권(총상금 16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타를 줄이고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 김민규(17언더파 267타)를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라운드 이븐파, 3라운드 3언더파로 주춤하며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일을 맞은 옥태훈은 3번홀(파5)에서 72야드를 남기고 친 3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져 백스핀을 받고 홀 안으로 들어가는 짜릿한 샷이글로 분위기를 띄웠다. “갤러리가 ‘들어갔어!’라고 외쳐서 깜짝 놀랐다”는 그는 “4번홀(파3)에서 벙커샷 파세이브에 성공한 뒤 자신감을 갖고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옥태훈은 6번홀(파3)에서 그린을 살짝 놓쳤으나 6m 칩인 버디로 공동선두가 됐고 9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더해 2타차 선두로 올라섰고, 후반에도 버디 2개를 더하고 낙승을 거뒀다. 이날 전반 9홀에서 7타를 줄인 기세는 지난해 골프존 도레이오픈 최종일에 KPGA투어 9홀 최소타(9언더파 27타)를 칠 때처럼 맹렬했다.

옥태훈이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8회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3번홀에서 ‘72야드 백스핀 샷이글’을 성공한 뒤 환호하는 팬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KPGA 제공

옥태훈이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8회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3번홀에서 ‘72야드 백스핀 샷이글’을 성공한 뒤 환호하는 팬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KPGA 제공

상비군 출신으로 2017년 챌린지 투어(2부)를 거쳐 2018년 KPGA 투어에 진출한 옥태훈은 아마추어 출전 포함 131번째, 투어 데뷔후 125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뒀다. 2021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에서 강경남과 연장전 끝에 준우승 한 이후 기회를 살리지 못하던 옥태훈은 2022년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제주)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뒀고, 이날 마침내 KPGA 첫승 고지를 밟았다.

“마지막날 처음으로 인터뷰실에 오게된 옥태훈입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띤 그는 “마지막날 매일 미끄러지다 보니, 오늘은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나는 할 수 있다’를 3번 외쳤다. 경기중에도 잘 안풀릴 때 ‘넌 될 놈이다’라며 혼잣말을 많이 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훈련에서 심하게 오른쪽으로 휘는 슬라이스 구질을 약한 페이드 구질로 바꾸려 노력했다는 그는 “올초 아시안투어 2개 대회에서 샷이 ‘와이파이’가 되면서 많이 걱정했고, 울기도 했는데 그후로도 연습을 많이 하면서 잘 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제가 연습을 안 하는줄 아시는데 저는 천재가 아니라 노력파”라고 강조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 훌륭히 성장한 그는 “아시안투어 우승을 아버지께 바쳤고, 오늘 우승은 어머니께 드린다”며 “지난 겨울에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셨는데, 오늘 18홀을 따라 돌아주실만큼 건강하게 회복한 어머니께 아들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4월) 공동 2위로 출발해 9개 대회, 6번째 톱5를 우승으로 장식한 그는 국내 최고상금 3억 2000만원을 거머쥐고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3940점)와 상금 1위(6억 1945만원)로 올라섰다.

지난해 대상 2위로 올시즌 유럽 DP월드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오픈 2회 우승자 김민규도 이날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언더파를 몰아쳤으나 옥태훈의 기세를 넘지 못했다. 통산 2승에 도전한 신용구는 3위(16언더파 268타)로 밀렸고 첫 우승을 노린 전재한은 4위(15언더파 269타)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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