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칼 랄리가 22일 시카고 컵스전 9회초 시즌 30호 홈런을 때리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홈런왕’ 에런 저지(33·뉴욕 양키스)가 독주하던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MVP 구도에 크게 균열이 일고 있다. 시애틀 포수 칼 랄리(29)가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면서다.
랄리는 22일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 9회초 시즌 30호 홈런을 때려냈다. 랄리는 이날 홈런으로 미키 맨틀, 호세 라미레스, 랜스 버크먼이 가지고 있던 스위치 타자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랄리는 전날에는 시즌28·29호 홈런을 연타석으로 때려내며 과거 신시내티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포수 자니 벤치를 뛰어넘어 전반기 포수 최다 홈런 새 기록을 썼다.
랄리는 시즌 개막 후 75경기 만에 홈런 30개를 채웠다. MLB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한 페이스다. MLB닷컴 등은 시즌 첫 75경기 안에 3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는 랄리를 포함해 9명뿐이라고 전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1년 배리 본즈와 루이스 곤살레스다. 2001시즌 당시 본즈는 지금도 MLB 단일 시즌 최다로 남아 있는 73홈런을 때렸다. 곤살레스는 57홈런으로 본즈와 새미 소사(64홈런)에 이어 리그 홈런 3위를 차지했다.
랄리는 27홈런의 저지를 3개 차로 제치고 리그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5홈런을 때린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와도 5개 차다. 저지는 지난해 58홈런으로 리그 전체 홈런 1위를 기록했다. 오타니는 내셔널리그 최다인 54홈런을 때렸다.
랄리는 아메리칸리그 MVP 레이스에도 본격 참전했다. ESPN 등 관련 매체의 MVP 배당률 레이스에서 단독 선두 저지를 추격 중이다.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 타격 지표에서 아직은 저지가 랄리를 앞선다. 저지는 27홈런 외에도 0.367 고타율로 리그 전체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OPS도 1.228로 리그 1위다. 랄리 역시 타율 0.272로 준수한 수준이지만 저지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OPS도 전체 2위인 1.026을 기록 중이지만, 단독 선두 저지의 기록이 워낙 빼어난 탓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랄리가 지금 같은 홈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포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MVP 레이스에서 역전극을 연출할 수도 있다. 75경기 30홈런을 시즌 162경기로 단순 환산하면, 랄리는 올해 65홈런까지 노릴 수 있다. 2021시즌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가 기록한 포수 최다 48홈런은 물론 2022시즌 저지가 기록한 아메리칸리그 최다 62홈런 기록까지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