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사니가 지난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자신의 이적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믹스트존을 지나가는 발걸음은 다급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취재진에게 손사래를 친 이는 구단 관계자의 재촉에 발길을 돌렸다. 올 여름 광주FC를 떠날지도 모르는 아사니(30)가 그 주인공이었다. 아사니는 지난 22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2-2로 비긴 뒤 기자와 만나 “(이적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이다”면서도 “(영입 제안이)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며 자신을 둘러싼 이적설을 인정했다.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는 광주가 자랑하는 해결사다.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9골(2위)을 쏟아낸 그는 광주를 8강까지 끌어올리면서 몸값이 올랐다. 계약 기간이 반 년 남은 아사니는 지난 겨울부터 이적설이 쏟아지다가 최근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깊숙하게 연결되고 있다.
아사니의 이적설은 최근 프로축구연맹의 재정 건전화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광주의 사정과 맞물리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재정난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광주는 자본잠식(-41억원)에 빠진 상태다. 광주가 부채를 갚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수를 내보내 이적료를 챙기는 것이고, 그 대상이 팀 내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아사니로 낙점됐다.

아사니가 지난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자신의 이적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연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광주가 재정 건전화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자리에서 아사니를 올 여름 이적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면서 “계약 기간이 반 년 남았기에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광주 구단도 아사니의 이적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다른 구단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적료는 (지난 겨울 언급됐던 금액보다 낮은) 1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아사니가 이적을 눈앞에 두고 펄펄 날면서 속이 더욱 쓰리다. 아사니는 대전을 상대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측면을 공략하는 아사니 특유의 플레이가 오랜만에 살아났다. 아사니가 필드골을 넣은 것도 지난 3월 1일 FC안양전 이후 처음이었다.
“아사니가 요즘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왜 좋아 보이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것 같다”고 한탄한 이 감독은 어느 정도 아사니와 이별을 받아들인 눈치였다.
그러나 아사니는 이적설만 인정했을 뿐 아직 자신이 광주의 선수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사니는 “나는 지금 광주에서 뛰고 있다”면서 “감독님이 내가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말한 것은 최근 A매치에선 경기를 뛰지 못했는데, 광주에선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광주에서 계속 집중하면 다시 한 번 ACLE에 나갈 수 있는 순위에 오를 수 있다. 우리 팀은 그런 수준의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니 스스로 다른 팀으로 떠날 때까지는 광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